Adobe CC 구독료를 내면서 느끼는 디자이너의 현실

Adobe CC 구독료를 내면서 느끼는 디자이너의 현실

Adobe CC 구독료를 내면서 느끼는 디자이너의 현실

매달 22일, 결제 알림

오늘도 왔다. Adobe Creative Cloud 결제 완료 메일.

월 6만 5천원.

1년이면 78만원이다.

카드 문자 보고 한숨 나왔다.

작년에는 5만 9천원이었는데.

매년 오른다. 환율 핑계로.

근데 안 끊는다. 못 끊는다.

포토샵 없이 어떻게 일해.

일러스트레이터 없이 로고를 어떻게 만들어.

애프터이펙트 없으면 모션은 누가 하고.

회사는 안 내준다

입사할 때 물었다.

“회사에서 툴 라이선스 지원해주시나요?”

“음… 피그마는 회사 계정 있고요. 어도비는 개인이…”

알았다는 표정 지었다.

속으로는 욕했다.

직원 40명 회사다.

디자이너 3명한테 월 20만원 못 내주나.

개발자들은 IntelliJ, WebStorm 다 회사 돈으로 쓴다.

우리만 개인 카드 긁는다.

“디자이너는 원래 자기 툴 자기가 사는 거 아니야?”

팀장 말이다.

아니다. 원래가 아니다.

그냥 관행이다. 나쁜 관행.

학생 때는 불법이었다

대학교 때 생각난다.

토렌트로 받았다. CS6 크랙 버전.

친구들 다 그랬다.

교수님도 아셨다. 모른 척하셨다.

“나중에 취업하면 정품 쓰세요.”

그때는 몰랐다.

취업하면 회사가 내주는 줄 알았다.

첫 월급 받고 정품 결제했다.

초봉 240만원에서 6만원.

2.5% 나갔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다.

일 하려고 내 돈 쓴다.

택시 기사가 기름값 자비로 넣나.

선생님이 분필값 자기 돈으로 사나.

우리만 그런다.

대안은 있다는데

친구가 말했다.

“Affinity 써봐. 한 번 사면 끝이야.”

알아봤다. 7만원이면 평생 쓴다.

근데 못 바꾼다.

6년 동안 포토샵 썼다.

단축키가 손에 배었다.

Ctrl+J, Ctrl+Shift+Alt+E, Ctrl+T.

생각 안 하고 누른다.

새 툴 배울 시간 없다.

일은 매일 쏟아진다.

익숙한 게 빠르다.

효율이 곧 돈이다.

그래서 계속 낸다.

Adobe가 그걸 안다.

구독 경제의 덫

옛날에는 샀다.

CS6 패키지, 150만원.

비쌌지만 내 거였다.

10년 써도 됐다.

지금은 빌린다.

월 6만 5천원, 영원히.

한 달 안 내면 작업 파일도 못 연다.

PSD 파일이 인질이다.

7년 썼다.

546만원 낸 거다.

계속 쓰면 1천만원 넘는다.

평생 내야 한다.

그만두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Netflix 끊으면 영화 못 본다.

당연하다. 콘텐츠 소비니까.

근데 Adobe는 다르다.

생산 도구다.

일하는 연장이다.

이걸 구독으로 파는 게 맞나.

동료들의 선택

막내는 크랙 쓴다.

“제 돈으로 왜 사요.”

위험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안 사주잖아요.”

할 말 없었다.

시니어는 회사 법인카드로 산다.

“경비 처리하면 돼요.”

부럽다.

우리 회사는 안 된다.

대표가 까다롭다.

“개인 툴은 개인이 사는 거죠.”

그러면서 회식비는 50만원 쓴다.

중견 디자이너 선배 만났다.

“나 이제 안 내.”

놀랐다.

“대안 찾았어요?”

“아니, 프리랜서 됐어. 클라이언트한테 청구해.”

견적서에 툴 비용 넣는다고 했다.

“Adobe CC 라이선스 1개월분: 6만 5천원”

당당하게 받는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그럴까.

다른 구독들과 비교

Netflix: 월 1만 3천원

Spotify: 월 1만원

iCloud: 월 1천원

Adobe CC: 월 6만 5천원

다 합쳐도 Adobe보다 싸다.

Netflix는 안 봐도 그만이다.

Spotify 없어도 유튜브 있다.

근데 Adobe는 필수다.

선택이 아니다.

직업 유지비다.

간호사 면허 갱신비 같은 거다.

세금 같은 거다.

근데 정부도 아니고 기업한테 낸다.

이상하다.

디자인 시스템 만들 때

회사에서 디자인 시스템 만들었다.

아이콘 200개 필요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열고 그렸다.

3주 걸렸다.

개발자가 물었다.

“이거 SVG로 export 되죠?”

“당연하지. 일러로 만들었는데.”

고마워하지 않았다.

당연한 거였다.

근데 그 일러스트레이터.

내 돈으로 썼다.

회사는 아이콘 200개 얻었다.

나는 그 달 카드값 걱정했다.

뭔가 잘못됐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아이러니

주말에 개인 작업 한다.

포트폴리오용 목업 만들었다.

포토샵으로 합성하고 일러로 정리했다.

잘 나왔다.

Behance에 올렸다.

조회수 3천, 좋아요 200.

뿌듯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웃겼다.

회사 일도 내 툴로 했다.

개인 작업도 내 툴로 했다.

결국 나만 손해다.

Adobe만 이득이다.

월 6만 5천원으로 두 곳에서 수익 창출했다.

효율적이다.

Adobe 입장에서는.

이직할 때마다

이력서 쓸 때 항상 넣는다.

“보유 스킬: Adobe Photoshop, Illustrator, After Effects”

당연히 쓴다.

필수 요건이다.

면접에서 물어본다.

“포토샵 능숙하시죠?”

“네, 6년 썼습니다.”

붙는다.

그 회사도 라이선스 안 내준다.

“개인 계정으로 쓰시면 돼요.”

또 내 돈이다.

Adobe 스킬 덕분에 취업했다.

근데 Adobe 비용은 내가 낸다.

모순이다.

회사는 내 스킬로 돈 번다.

나는 그 스킬 유지하려고 돈 쓴다.

연봉 협상 때 넣고 싶은 말

“희망 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5800만원입니다.”

“근거가 있을까요?”

속으로 계산한다.

원래 희망: 5500만원

Adobe CC: 78만원

Figma Pro: 24만원

폰트 라이선스: 30만원

각종 플러그인: 20만원

합계: 152만원

세전으로 환산하면 200만원.

그래서 5800만원 불렀다.

근데 말 안 한다.

이상하게 들릴까 봐.

“툴 값 때문에 연봉 올려달라고요?”

비웃을 것 같다.

그래서 조용히 감수한다.

프리랜서 선배의 조언

선배가 말했다.

“너 견적에 툴 비용 넣어.”

“클라이언트가 이상하게 안 볼까요?”

“당연한 건데 뭐가 이상해.”

맞는 말이다.

인테리어 업체는 자재비 받는다.

운송업체는 유류비 받는다.

디자이너는 툴 비용 못 받나.

“디자인 작업비: 300만원”이 아니라

“디자인 작업비: 280만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20만원”

명확하게 분리한다.

투명하다.

정당하다.

근데 회사 다니면 못 한다.

월급쟁이는 선택권 없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후배가 물었다.

“선배, 디자이너 전망 어때요?”

좋다고 했다.

“준비할 거 있나요?”

망설였다.

“포트폴리오 잘 만들어.”

“네.”

“툴 많이 써봐.”

“네.”

하고 싶었던 말은 다르다.

“Adobe 정품 살 돈 모아둬.”

“회사가 안 사줄 거야.”

“평생 내야 해.”

근데 못 했다.

꿈 깨고 싶지 않았다.

나도 학생 때는 몰랐으니까.

일하면 회사가 다 해주는 줄 알았으니까.

대표님은 모르신다

회식 자리에서 대표가 물었다.

“요즘 디자이너들은 뭐가 필요해요?”

기회다 싶었다.

“툴 라이선스 지원해주시면…”

“아 피그마? 우리 회사 계정 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어도비…”

“그거 요즘도 써요? 피그마면 되는 거 아니야?”

설명했다.

이미지 보정, 아이콘 제작, 인쇄물, 상세페이지.

피그마로 안 되는 것들.

“음… 그래도 그건 개인 역량 아니야?”

역량을 유지하려면 돈이 든다고 말하고 싶었다.

참았다.

연봉 협상 때 불리할까 봐.

환율이 오를 때마다

작년에 5만 9천원이었다.

올해 6만 5천원 됐다.

내년엔 또 오를 거다.

달러 기준이니까.

환율 뉴스 볼 때마다 한숨 나온다.

1400원 넘으면 7만원 될 거다.

1년에 84만원.

신입 디자이너 월급이 250만원이다.

3%가 넘는다.

경력자인 나도 부담되는데.

신입들은 얼마나 힘들까.

포기하고 크랙 쓸까.

아니면 디자이너 그만둘까.

정말 필요한 기능은 20%

솔직히 말하면.

포토샵 기능의 20%만 쓴다.

레이어, 마스크, 블렌딩 모드, 필터 몇 개.

나머지 80%는 본 적도 없다.

3D 기능? 안 써.

Neural Filters? 한 번 써봤다.

Puppet Warp? 가끔.

그런데 full package 값 낸다.

선택권이 없다.

포토샵만 따로 못 산다.

CC 전체를 사야 한다.

쓰지도 않는 Premiere, Audition, Animate.

다 내 구독료에 포함됐다.

억울하다.

경쟁사는 없다

독점이다.

디자인 업계는 Adobe 아니면 답이 없다.

클라이언트가 PSD 달라고 한다.

PDF 주면 안 받는다.

“PSD 파일로 주세요.”

업계 표준이 됐다.

PSD, AI, PDF.

모두 Adobe 포맷이다.

다른 툴로 열면 깨진다.

호환은 되는데 완벽하지 않다.

결국 Adobe로 돌아온다.

경쟁이 없으니 가격도 마음대로다.

올해 올리고 내년 또 올린다.

항의해봤자 소용없다.

대안이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해 못 한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그거 매달 내는 거야?”

“응.”

“왜? 한 번 사면 안 돼?”

“요즘은 구독이야.”

“비싸다. 넷플릭스보다 비싸네.”

설명했다.

일하려면 필요하다고.

“회사에서 안 사줘?”

“안 사줘.”

“그럼 바꿔.”

“뭘로?”

“무료 거.”

한숨 나왔다.

개발자는 모른다.

IntelliJ는 회사가 사준다.

VSCode는 무료다.

디자이너는 다르다.

동기들과의 격차

대학 동기 모임.

다들 디자이너다.

대기업 간 친구 말했다.

“우리는 회사에서 다 사줘. 당연한 거 아니야?”

스타트업 간 우리는 조용했다.

프리랜서 친구는 웃었다.

“나는 클라이언트한테 받아.”

에이전시 다니는 친구는 한숨 쉬었다.

“우리는 개인이 사는데 회사가 일부 지원해줘.”

각자 다르다.

복불복이다.

실력이나 연차 차이가 아니다.

어느 회사 들어갔냐의 차이다.

운이다.

이럴 때 후회된다

새벽 2시.

마감 작업 중이다.

포토샵이 꺼졌다.

저장 안 한 파일.

2시간 날렸다.

욕 나왔다.

다시 켰다.

로그인하라고 한다.

인터넷 끊겼나 확인했다.

Adobe 서버 문제였다.

10분 기다렸다.

그 10분이 1시간 같았다.

월 6만 5천원 내는데.

서버도 불안정하다.

구독료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은퇴하는 날까지

계산해봤다.

지금 30살이다.

60살까지 일한다고 치자.

30년이다.

월 6만 5천원 × 12개월 × 30년

2340만원이다.

이천삼백만원.

작은 차 한 대 값이다.

전세 보증금 일부다.

그걸 툴 쓰는 데 쓴다.

평생.

가격 인상 계산 안 하고.

실제로는 3천만원 넘을 거다.

숨이 막힌다.

그래도 계속 낸다

다음 달 22일.

또 빠져나갈 거다.

6만 5천원.

항의 안 한다.

해지 안 한다.

디자이너니까.

이게 내 운명이다.

선택한 직업의 비용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합리화한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정말 좋아서 하는 건가.

아니면 익숙해서 못 그만두는 건가.

Adobe도 그렇고.

디자이너란 직업도 그렇고.


오늘도 카드 명세서가 왔다. Adobe 6만 5천원, 어김없이 박혀 있다. 이게 프로의 삶이라고, 스스로 타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