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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 27 Dec, 2025
부산에 계신 부모님께 일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부산에 계신 부모님께 일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 전화가 왔다 어제 저녁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요즘 일은 잘하고 있어?" "네, 잘하고 있어요." "근데 정확히 무슨 일 하는 거야? 친척들이 물어보는데 엄마가 잘 모르겠더라."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UI/UX 디자이너. 6년차. 월급 받는다. 그런데 설명을 못 하겠다. "음... 앱 화면 디자인하는 거예요." "아, 그림 그리는 거?" "비슷한데 좀 달라요." "그럼 뭐가 달라?" 대답하지 못했다.보여줄 게 없다 명절 때 집에 갔었다. 친척 동생이 물었다. "누나 회사에서 뭐 만들어?" 핸드폰 꺼내서 우리 앱 보여줬다. "이거." "이게 뭔데?" "이 화면들이랑 버튼들 다 내가 디자인한 거야." "아... 그냥 앱이네?" 말문이 막혔다. 건축가 사촌오빠는 건물 사진 보여주면 된다. "저기 내가 설계했어." 요리하는 고모는 음식 사진 올리면 된다. "오늘 만든 케이크." 나는? 화면 캡처? 피그마 링크 보여줘봤자 모른다. 컴포넌트 시스템? 디자인 토큰? 반응형 레이아웃? 그냥 "예쁜 거 만드는구나" 로 끝난다.시간이 보이지 않는다 3주 걸린 작업이 있다. 사용자 플로우 분석. 15번의 수정. 개발자랑 10번 미팅. 접근성 체크. 인터랙션 디테일. 결과물: 버튼 위치 5픽셀 이동. 아빠한테 설명했다. "이번 달에 이거 작업했어요." "겨우 이거? 3주나 걸려?" 할 말이 없었다. 보이는 건 버튼 하나다. 보이지 않는 건 120시간의 고민이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요즘은 컴퓨터로 하니까 편하겠다." 편하다고? 손으로 그리던 시대가 더 쉬웠을 수도 있다. 최소한 그림은 보였으니까. 지금은 레이어 300개, 컴포넌트 50개, 프로토타입 링크 20개. 화면으로는 똑같아 보인다. 돈이 설명되지 않는다 연봉 5500만원. 부산 기준으로 적지 않다. 서울 원룸에 월세 65만원 내지만. 아빠가 물었다. "그 돈 받으려면 뭘 해야 돼?" "디자인이요." "디자인이 뭔데?" "화면 만드는 거요." "화면 하나에 얼마 받아?" 대답 못 했다. 화면 하나? 단가로 계산하는 게 아니다. 사용자 경험. 비즈니스 목표. 기술적 제약. 브랜드 아이덴티티. 이걸 어떻게 설명해? 엄마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러니까 그림쟁이구나." 틀렸는데 맞다.성취가 번역되지 않는다 지난달에 디자인 시스템 구축했다. 3개월 걸렸다. 컴포넌트 라이브러리, 토큰 정의, 개발자 핸드오프 프로세스. 회사에서 칭찬받았다. CTO가 "생산성 30% 올랐다"고 했다. 엄마한테 말했다. "이번에 큰 프로젝트 끝냈어요. 칭찬받았어요." "잘했네. 그래서 월급 올라?" "아뇨." "보너스는?" "그것도 아니고..." "그럼 뭐가 좋아진 거야?" 설명할 수 없었다. 개발 속도 향상. 디자인 일관성. 유지보수 편의성. 이게 내 성취다. 근데 엄마는 모른다. 가시적인 게 없다. 상장도 없다. 작품집도 없다. 그냥 "수고했어" 한마디. 야근이 이해되지 않는다 어젯밤 10시까지 일했다. 개발 일정 밀려서. QA에서 UI 버그 나와서. 밤 11시에 엄마한테 전화했다. "이제 퇴근했어요." "왜 이렇게 늦어? 아파." "일이 좀 밀렸어요." "무슨 일이 그렇게 밀려? 컴퓨터로 하는 건데." 컴퓨터로 한다고 빠른 게 아니다. 기획 변경 3번. 디자인 수정 8번. 개발 제약사항 협의 5번. 실제 디자인 작업 시간: 2시간. 나머지: 커뮤니케이션. 이걸 어떻게 말해? "힘들면 그만둬. 건강이 우선이지." 그만둘 수도 없다. 이 일이 좋다. 근데 설명은 못 하겠다. 고민이 공유되지 않는다 요즘 고민이 있다. 커리어 방향성. 계속 실무만 할 건가, 매니저로 갈 건가. 대기업 동기는 7천 받는다. 나는 5500.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계속 미룬다. 번아웃 올 것 같다. 엄마한테 말했다. "요즘 고민이 좀 있어요." "무슨 고민?" "일 얘기인데..." "회사 그만둬?" "아니요, 그게 아니라..." 설명하다가 포기했다. 디자이너의 고민. 실무자의 딜레마. 크리에이티브 번아웃. 이게 엄마한테는 "그냥 직장 스트레스" 로 들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전부는 아니다. 자부심이 전달되지 않는다 나는 이 일이 좋다. 사용자가 내 디자인 쓸 때. 인터랙션이 자연스러울 때. 개발자가 "이거 구현하기 좋네요" 할 때. 그게 좋다. DAU 10만명. 내 화면을 매일 10만명이 본다. 서비스 리뷰에 "UI 예쁘다" 댓글 달리면 캡처한다. 이게 내 자부심이다. 엄마한테 보여줬다. "이거 봐요. 사람들이 좋아해요." "그래? 잘했네." 그리고 끝.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건축가는 건물 앞에서 사진 찍는다. "내가 만들었어." 나는? 앱스토어 리뷰 캡처? 실체가 없다. 만질 수 없다. 거리가 멀어진다 통화할 때마다 느낀다.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산다. 엄마는 부산 아파트에서 김치 담근다. 시장 간다. 친구들 만난다. 나는 서울 원룸에서 피그마 켠다. 슬랙 확인한다. 개발자랑 회의한다. 교집합이 없다. "오늘 뭐 했어?" "디자인 시스템 컴포넌트 리팩토링했어요." "...그래." 대화가 끊긴다. 억지로 이어간다. "엄마는 오늘 뭐 했어요?" "미용실 갔다 왔다. 친구 만났고." "아." 또 끊긴다. 명절 때 친척들이 물어본다. "요즘 무슨 일 해?" 엄마가 대신 대답한다. "컴퓨터로 뭐 하는데, 잘 모르겠어." 나도 덧붙일 말이 없다. 죄책감이 생긴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선생님이었으면. 의사였으면. 공무원이었으면. 설명하기 쉬웠을 텐데. "학생들 가르쳐요." "환자 치료해요." "민원 처리해요." 간단하다. 명확하다. UI/UX 디자이너?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합니다." "...?" 부모님이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하다. 나도 6년 전엔 몰랐다. 근데 왜 죄책감이 들까.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다. 내 일을. 내 성취를. 근데 방법을 모르겠다. 화면 캡처 보여드리는 게 다다. 그래도 통화한다 어제도 전화했다. "잘 지내요?" "응, 너는?" "저도 잘 지내요." "일은?" "그냥 해요." "힘들어?" "괜찮아요." 거짓말이다. 요즘 힘들다. 기획 또 바뀌었다. 디자인 엎었다. 야근 3일째다. 근데 말 안 한다. 어차피 설명 못 한다. 이해 못 하신다. "그래, 건강 챙겨." "네. 엄마도." 끊는다. 매번 이렇다. 표면적인 대화. 깊이 없는 안부. 서로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른다. 엄마는 내 일을 모른다. 나는 엄마의 하루를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멀어진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계속 시도한다. 이번 설에는 포트폴리오 출력해 갈까. 아니면 디자인 프로세스 PPT 만들까. 유튜브에 UX 디자인 설명 영상 있다. 같이 볼까. 매번 실패한다. "나중에 봐." "바빠." "괜찮아." 포기하고 싶다. 근데 포기하고 싶지 않다. 부모님이 내 일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우리 딸 멋진 일 하네." 한 번만 들어봤으면. 근데 방법을 모르겠다. 디자인은 무형이다.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성취는 번역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설명이 서툴다.내일도 부모님께 전화할 것이다.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 26 Dec, 2025
Adobe CC 구독료를 내면서 느끼는 디자이너의 현실
Adobe CC 구독료를 내면서 느끼는 디자이너의 현실 매달 22일, 결제 알림 오늘도 왔다. Adobe Creative Cloud 결제 완료 메일. 월 6만 5천원. 1년이면 78만원이다.카드 문자 보고 한숨 나왔다. 작년에는 5만 9천원이었는데. 매년 오른다. 환율 핑계로. 근데 안 끊는다. 못 끊는다. 포토샵 없이 어떻게 일해. 일러스트레이터 없이 로고를 어떻게 만들어. 애프터이펙트 없으면 모션은 누가 하고. 회사는 안 내준다 입사할 때 물었다. "회사에서 툴 라이선스 지원해주시나요?" "음... 피그마는 회사 계정 있고요. 어도비는 개인이..." 알았다는 표정 지었다. 속으로는 욕했다.직원 40명 회사다. 디자이너 3명한테 월 20만원 못 내주나. 개발자들은 IntelliJ, WebStorm 다 회사 돈으로 쓴다. 우리만 개인 카드 긁는다. "디자이너는 원래 자기 툴 자기가 사는 거 아니야?" 팀장 말이다. 아니다. 원래가 아니다. 그냥 관행이다. 나쁜 관행. 학생 때는 불법이었다 대학교 때 생각난다. 토렌트로 받았다. CS6 크랙 버전. 친구들 다 그랬다. 교수님도 아셨다. 모른 척하셨다. "나중에 취업하면 정품 쓰세요."그때는 몰랐다. 취업하면 회사가 내주는 줄 알았다. 첫 월급 받고 정품 결제했다. 초봉 240만원에서 6만원. 2.5% 나갔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다. 일 하려고 내 돈 쓴다. 택시 기사가 기름값 자비로 넣나. 선생님이 분필값 자기 돈으로 사나. 우리만 그런다. 대안은 있다는데 친구가 말했다. "Affinity 써봐. 한 번 사면 끝이야." 알아봤다. 7만원이면 평생 쓴다. 근데 못 바꾼다. 6년 동안 포토샵 썼다. 단축키가 손에 배었다. Ctrl+J, Ctrl+Shift+Alt+E, Ctrl+T. 생각 안 하고 누른다. 새 툴 배울 시간 없다. 일은 매일 쏟아진다. 익숙한 게 빠르다. 효율이 곧 돈이다. 그래서 계속 낸다. Adobe가 그걸 안다. 구독 경제의 덫 옛날에는 샀다. CS6 패키지, 150만원. 비쌌지만 내 거였다. 10년 써도 됐다. 지금은 빌린다. 월 6만 5천원, 영원히. 한 달 안 내면 작업 파일도 못 연다. PSD 파일이 인질이다. 7년 썼다. 546만원 낸 거다. 계속 쓰면 1천만원 넘는다. 평생 내야 한다. 그만두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Netflix 끊으면 영화 못 본다. 당연하다. 콘텐츠 소비니까. 근데 Adobe는 다르다. 생산 도구다. 일하는 연장이다. 이걸 구독으로 파는 게 맞나. 동료들의 선택 막내는 크랙 쓴다. "제 돈으로 왜 사요." 위험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안 사주잖아요." 할 말 없었다. 시니어는 회사 법인카드로 산다. "경비 처리하면 돼요." 부럽다. 우리 회사는 안 된다. 대표가 까다롭다. "개인 툴은 개인이 사는 거죠." 그러면서 회식비는 50만원 쓴다. 중견 디자이너 선배 만났다. "나 이제 안 내." 놀랐다. "대안 찾았어요?" "아니, 프리랜서 됐어. 클라이언트한테 청구해." 견적서에 툴 비용 넣는다고 했다. "Adobe CC 라이선스 1개월분: 6만 5천원" 당당하게 받는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그럴까. 다른 구독들과 비교 Netflix: 월 1만 3천원 Spotify: 월 1만원 iCloud: 월 1천원 Adobe CC: 월 6만 5천원 다 합쳐도 Adobe보다 싸다. Netflix는 안 봐도 그만이다. Spotify 없어도 유튜브 있다. 근데 Adobe는 필수다. 선택이 아니다. 직업 유지비다. 간호사 면허 갱신비 같은 거다. 세금 같은 거다. 근데 정부도 아니고 기업한테 낸다. 이상하다. 디자인 시스템 만들 때 회사에서 디자인 시스템 만들었다. 아이콘 200개 필요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열고 그렸다. 3주 걸렸다. 개발자가 물었다. "이거 SVG로 export 되죠?" "당연하지. 일러로 만들었는데." 고마워하지 않았다. 당연한 거였다. 근데 그 일러스트레이터. 내 돈으로 썼다. 회사는 아이콘 200개 얻었다. 나는 그 달 카드값 걱정했다. 뭔가 잘못됐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아이러니 주말에 개인 작업 한다. 포트폴리오용 목업 만들었다. 포토샵으로 합성하고 일러로 정리했다. 잘 나왔다. Behance에 올렸다. 조회수 3천, 좋아요 200. 뿌듯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웃겼다. 회사 일도 내 툴로 했다. 개인 작업도 내 툴로 했다. 결국 나만 손해다. Adobe만 이득이다. 월 6만 5천원으로 두 곳에서 수익 창출했다. 효율적이다. Adobe 입장에서는. 이직할 때마다 이력서 쓸 때 항상 넣는다. "보유 스킬: Adobe Photoshop, Illustrator, After Effects" 당연히 쓴다. 필수 요건이다. 면접에서 물어본다. "포토샵 능숙하시죠?" "네, 6년 썼습니다." 붙는다. 그 회사도 라이선스 안 내준다. "개인 계정으로 쓰시면 돼요." 또 내 돈이다. Adobe 스킬 덕분에 취업했다. 근데 Adobe 비용은 내가 낸다. 모순이다. 회사는 내 스킬로 돈 번다. 나는 그 스킬 유지하려고 돈 쓴다. 연봉 협상 때 넣고 싶은 말 "희망 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5800만원입니다." "근거가 있을까요?" 속으로 계산한다. 원래 희망: 5500만원 Adobe CC: 78만원 Figma Pro: 24만원 폰트 라이선스: 30만원 각종 플러그인: 20만원 합계: 152만원 세전으로 환산하면 200만원. 그래서 5800만원 불렀다. 근데 말 안 한다. 이상하게 들릴까 봐. "툴 값 때문에 연봉 올려달라고요?" 비웃을 것 같다. 그래서 조용히 감수한다. 프리랜서 선배의 조언 선배가 말했다. "너 견적에 툴 비용 넣어." "클라이언트가 이상하게 안 볼까요?" "당연한 건데 뭐가 이상해." 맞는 말이다. 인테리어 업체는 자재비 받는다. 운송업체는 유류비 받는다. 디자이너는 툴 비용 못 받나. "디자인 작업비: 300만원"이 아니라 "디자인 작업비: 280만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20만원" 명확하게 분리한다. 투명하다. 정당하다. 근데 회사 다니면 못 한다. 월급쟁이는 선택권 없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후배가 물었다. "선배, 디자이너 전망 어때요?" 좋다고 했다. "준비할 거 있나요?" 망설였다. "포트폴리오 잘 만들어." "네." "툴 많이 써봐." "네." 하고 싶었던 말은 다르다. "Adobe 정품 살 돈 모아둬." "회사가 안 사줄 거야." "평생 내야 해." 근데 못 했다. 꿈 깨고 싶지 않았다. 나도 학생 때는 몰랐으니까. 일하면 회사가 다 해주는 줄 알았으니까. 대표님은 모르신다 회식 자리에서 대표가 물었다. "요즘 디자이너들은 뭐가 필요해요?" 기회다 싶었다. "툴 라이선스 지원해주시면..." "아 피그마? 우리 회사 계정 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어도비..." "그거 요즘도 써요? 피그마면 되는 거 아니야?" 설명했다. 이미지 보정, 아이콘 제작, 인쇄물, 상세페이지. 피그마로 안 되는 것들. "음... 그래도 그건 개인 역량 아니야?" 역량을 유지하려면 돈이 든다고 말하고 싶었다. 참았다. 연봉 협상 때 불리할까 봐. 환율이 오를 때마다 작년에 5만 9천원이었다. 올해 6만 5천원 됐다. 내년엔 또 오를 거다. 달러 기준이니까. 환율 뉴스 볼 때마다 한숨 나온다. 1400원 넘으면 7만원 될 거다. 1년에 84만원. 신입 디자이너 월급이 250만원이다. 3%가 넘는다. 경력자인 나도 부담되는데. 신입들은 얼마나 힘들까. 포기하고 크랙 쓸까. 아니면 디자이너 그만둘까. 정말 필요한 기능은 20% 솔직히 말하면. 포토샵 기능의 20%만 쓴다. 레이어, 마스크, 블렌딩 모드, 필터 몇 개. 나머지 80%는 본 적도 없다. 3D 기능? 안 써. Neural Filters? 한 번 써봤다. Puppet Warp? 가끔. 그런데 full package 값 낸다. 선택권이 없다. 포토샵만 따로 못 산다. CC 전체를 사야 한다. 쓰지도 않는 Premiere, Audition, Animate. 다 내 구독료에 포함됐다. 억울하다. 경쟁사는 없다 독점이다. 디자인 업계는 Adobe 아니면 답이 없다. 클라이언트가 PSD 달라고 한다. PDF 주면 안 받는다. "PSD 파일로 주세요." 업계 표준이 됐다. PSD, AI, PDF. 모두 Adobe 포맷이다. 다른 툴로 열면 깨진다. 호환은 되는데 완벽하지 않다. 결국 Adobe로 돌아온다. 경쟁이 없으니 가격도 마음대로다. 올해 올리고 내년 또 올린다. 항의해봤자 소용없다. 대안이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해 못 한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그거 매달 내는 거야?" "응." "왜? 한 번 사면 안 돼?" "요즘은 구독이야." "비싸다. 넷플릭스보다 비싸네." 설명했다. 일하려면 필요하다고. "회사에서 안 사줘?" "안 사줘." "그럼 바꿔." "뭘로?" "무료 거." 한숨 나왔다. 개발자는 모른다. IntelliJ는 회사가 사준다. VSCode는 무료다. 디자이너는 다르다. 동기들과의 격차 대학 동기 모임. 다들 디자이너다. 대기업 간 친구 말했다. "우리는 회사에서 다 사줘. 당연한 거 아니야?" 스타트업 간 우리는 조용했다. 프리랜서 친구는 웃었다. "나는 클라이언트한테 받아." 에이전시 다니는 친구는 한숨 쉬었다. "우리는 개인이 사는데 회사가 일부 지원해줘." 각자 다르다. 복불복이다. 실력이나 연차 차이가 아니다. 어느 회사 들어갔냐의 차이다. 운이다. 이럴 때 후회된다 새벽 2시. 마감 작업 중이다. 포토샵이 꺼졌다. 저장 안 한 파일. 2시간 날렸다. 욕 나왔다. 다시 켰다. 로그인하라고 한다. 인터넷 끊겼나 확인했다. Adobe 서버 문제였다. 10분 기다렸다. 그 10분이 1시간 같았다. 월 6만 5천원 내는데. 서버도 불안정하다. 구독료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은퇴하는 날까지 계산해봤다. 지금 30살이다. 60살까지 일한다고 치자. 30년이다. 월 6만 5천원 × 12개월 × 30년 2340만원이다. 이천삼백만원. 작은 차 한 대 값이다. 전세 보증금 일부다. 그걸 툴 쓰는 데 쓴다. 평생. 가격 인상 계산 안 하고. 실제로는 3천만원 넘을 거다. 숨이 막힌다. 그래도 계속 낸다 다음 달 22일. 또 빠져나갈 거다. 6만 5천원. 항의 안 한다. 해지 안 한다. 디자이너니까. 이게 내 운명이다. 선택한 직업의 비용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합리화한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정말 좋아서 하는 건가. 아니면 익숙해서 못 그만두는 건가. Adobe도 그렇고. 디자이너란 직업도 그렇고.오늘도 카드 명세서가 왔다. Adobe 6만 5천원, 어김없이 박혀 있다. 이게 프로의 삶이라고, 스스로 타협한다.
- 21 Dec, 2025
다른 앱을 쓸 때도 UI를 뜯어보는 직업병에 대하여
지하철에서도 일한다 지하철 타고 가다가 토스 켰다. 송금하려고. 근데 손이 멈췄다. 이 버튼 radius가 8px인가 12px인가. 탭바 높이는 몇인가. 상단 여백이 좀 넓어 보이는데. 송금은 까먹었다. 이게 직업병이다. 친구가 카톡으로 "너 왜 답장 안 해"라고 보냈다. 나는 카톡 메시지 말풍선 구석 radius를 보고 있었다. 대답은 10분 뒤에 했다. "미안 지금 봤어." 거짓말이다. 10분 전부터 보고 있었다. 배민 앱 열면 음식 안 본다. 폰트 본다. 이 카테고리 칩 디자인 바꼈네. 전보다 둥글다. 아이콘도 리뉴얼했네. 그사이 치킨은 식었다.카페에서 메뉴판을 본다 스타벅스 갔다. 아메리카노 주문하려고. 근데 메뉴판이 보인다. 이 레이아웃 누가 짰지. 음료 이름이랑 가격 사이 여백이 왜 이래. 위계가 없다. 시선 흐름이 안 나온다. "주문하시겠어요?" "아... 아메리카노요." 받아서 나오는데 컵 홀더를 본다. 이 그린 컬러 코드가 뭘까. #00704A쯤? 집에 가서 확인했다. 맞았다. 기분이 좋았다. 이상했다. 남자친구랑 식당 갔다. 메뉴판을 10분 봤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뭐 먹을까?" 나는 대답했다. "이 메뉴판 폰트가 너무 작아." 그는 한숨 쉬었다. "그래서 뭐 먹는데." 음식 나왔다. 사진 찍었다. 맛집 인증용 아니다. 접시 위 플레이팅 레이아웃 분석용이다. 이 대칭 구도. 이 컬러 조합. 저장했다. 나중에 쓸 데가 있을 것 같았다.영화관에서 자막을 본다 영화 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근데 자막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자막 폰트 뭐지. 크기는 적당한데 stroke가 너무 두껍다. 가독성은 좋은데 감정 전달이 약하다. 영화 끝났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어땠어?" 나는 대답했다. "자막 디자인이 좀 아쉬웠어." 그는 웃었다. "내용은?" 기억 안 났다. 유튜브 본다. 썸네일만 본다. 클릭은 안 한다. 이 썸네일 텍스트 배치가 좋네. 저건 너무 자극적이네. 이건 컬러 선택을 잘했네. 스크롤만 30분 했다. 영상은 하나도 안 봤다. 인스타 피드 넘긴다. 사진 안 본다. 레이아웃 본다. 이 카드형 UI 괜찮은데. 저 프로필 이미지 크기가 이상한데. 하트는 안 누른다. 스크린샷은 한다. 피그마에 정리한다. 길거리 간판도 일감이다 걷다가 멈췄다. 카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서체 조합이 왜 이래. 명조랑 고딕을 섞었다. 어울리지 않는다. 사장님은 모를 것이다. 편의점 들어갔다. 행사 POP가 보인다. 이 빨강이 너무 강하다. #FF0000 쓴 것 같다. 차라리 #FF3B3B 쓰지. 눈이 아프다. 물건 안 사고 나왔다. 버스 정류장 광고판 봤다. 이 레이아웃 누가 짰지. 정보 위계가 엉망이다. CTA 버튼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3초 안에 메시지 전달 못 한다. 광고비 날린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너 산책하자고 해놓고 왜 맨날 멈춰 서." 미안했다. 근데 저 네온사인 자간이 너무 좁았다.쉬는 날에도 일한다 주말이다. 넷플릭스 켰다. UI 업데이트됐네. 이 카드 hover 효과 바꼈다. 전보다 부드럽다. transition 0.3s에서 0.4s로 늘린 것 같다. 영상은 안 봤다. 피그마 켰다. Pinterest 본다. 영감 찾으려고. 2시간 지났다. 저장만 500개 했다. 적용은 하나도 안 했다. 폴더만 늘었다. "언젠가 쓸 거야." 친구가 보낸 웹사이트 링크 눌렀다. 기사 내용은 안 읽었다. 스크롤 인터랙션만 봤다. 이 패럴랙스 효과 어떻게 구현했지. F12 눌렀다. 코드 봤다. 친구한테 답장 안 했다. 유튜브에서 "UI design trends 2025" 검색했다. 영상 10개 봤다. 다 비슷했다. Glassmorphism, neumorphism, 3D elements.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다 봤다. 불안했다. 밤에는 더 심하다 밤 11시. 침대에 누웠다. 폰 켰다. 설치한 앱 하나씩 열어본다. 오늘 업데이트된 거 있나. UI 바뀐 거 있나. 없다. 그래도 다 확인한다. App Store 새로운 앱 카테고리 들어간다. 앱 하나씩 스크린샷 본다. 다운은 안 한다. 스크린샷만 본다. 이 온보딩 플로우 괜찮네. 저 컬러 시스템 예쁘네. 스크린샷 저장한다. 폴더에 넣는다. 못 쓴다. 남자친구한테 카톡 왔다. "자?" 답장 안 했다. Dribbble 보고 있었다. 이 shot 좋아요 3천 개네. 왜지. 별로인데. 댓글 읽었다. 다들 좋다고 한다. 내 감각이 이상한가. 불안했다. 새벽 1시. 아직도 안 잔다. 피그마 커뮤니티 파일 다운받는다. 다른 디자이너 작업물 뜯어본다. 이 사람은 컴포넌트를 이렇게 만들었네. 나랑 다르네. 내 방식이 틀렸나. 다시 불안했다. 이게 병인지 사랑인지 병원 갔다. 의사가 물었다. "어디 불편하세요?" 나는 대답했다. "저 뒤에 차트 UI가 너무 구식인 것 같은데요." 의사는 당황했다. 나도 당황했다. 디자이너 친구 만났다. 카페에서. 우리는 대화 안 했다. 각자 폰만 봤다. 가끔 폰 화면 보여줬다. "이거 봐. 이 UI." "오 좋은데." 다시 조용했다. 이게 우리 방식이다. 엄마가 전화했다. "요즘 어때?" "좋아요." "일은?" "재밌어요." 거짓말 아니다. 진짜 재밌다. 힘들지만 재밌다. 이상하지만 재밌다. 퇴근길이다. 지하철 탔다. 광고판 본다. 이번 달 신상 광고네. 레이아웃이 지난달보다 좋아졌다. 누가 새로 들어왔나. 궁금하다. 검색한다. 링크드인 뒤진다. 찾았다. 경력 6년차네. 나랑 같다. 집 도착했다. 현관문 열었다. 불 켰다. 냉장고 열었다. 물 마셨다. 침대에 누웠다. 폰 켰다. 피그마 열었다. 내일 할 작업 미리 본다. 이 컴포넌트 수정해야지. 저 컬러 토큰 정리해야지. 잠은 나중에. 이게 내 삶이다 직업병이다. 맞다. 근데 이게 싫지는 않다. 가끔은 힘들다. 쉬고 싶다. 그냥 앱 쓰고 싶다. 분석 말고. 근데 안 된다. 눈이 자동으로 본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너 일 그만하고 싶지 않아?" 생각해봤다. "글쎄. 잘 모르겠어." 진심이었다. 이게 일인지 취미인지 모르겠다. 디자인 보는 게 좋다. 좋은 UI 보면 기분이 좋다. 나쁜 UI 보면 고치고 싶다. 이게 내 본능이다. 이게 내 저주다. 이게 내 축복이다. 지금도 이 글 쓰면서 노션 UI 본다. 이 텍스트 에디터 UX가 왜 이렇게 좋지. 단축키 조합이 직관적이다.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이 깔끔하다. 글 내용은 나중에 생각한다. 내일도 출근한다. 피그마 켠다. 디자인한다. 퇴근한다. 다른 앱 켠다. 또 분석한다. 이게 내 루틴이다. 이게 내 삶이다.쉴 수 없는 눈. 디자이너의 숙명이다.
- 15 Dec, 2025
토요일 오전, 사이드 프로젝트 UI를 파다가 결국 포기하는 순간
토요일 10시 알람 없이 일어났다. 9시 50분. 평일보다 늦게 잔 건데 일찍 일어났다. 침대에서 인스타 열었다. 피드에 디자이너들 사이드 프로젝트가 보인다. '30일 UI 챌린지 완성!' '개인 프로젝트 런칭했습니다 🎉' 나도 해야지. 계속 미뤘는데. 일어나서 커피 내렸다. 원두는 회사 근처 카페 거. 노트북 켰다. 피그마 자동 실행된다. 회사 파일 말고 'Personal' 워크스페이스. 지난주에 만들던 독서 앱 UI. 3개월 전 파일이다. 진행률 15%.의욕은 있었다 처음엔 재밌었다. 아무도 간섭 안 하니까. '빨간색 좀 더 빨갛게'도 없고. '애플처럼'도 없고. 개발 제약도 없다. 그래서 시작했다. 5월에. 앱 컨셉: 책 기록하는 앱. 감성 있게. 무드보드부터 만들었다. Pinterest에서 3시간. 컬러 팔레트 정했다. 베이지 베이스에 딥그린 포인트. 타이포 고민했다. Pretendard? Spoqa? 결국 Pretendard. 첫 주는 일주일에 5시간씩 했다. 스플래시 화면 만들고, 온보딩 플로우 짰다. 두 번째 주는 3시간. 홈 화면 레이아웃 고민하다 끝. 세 번째 주는 1시간. 컴포넌트 하나 만들다 말았다. 그 다음은 안 열었다. 다시 열어보니 파일 열었다. 3개월 만에. 아트보드 7개. 완성된 건 2개. 컴포넌트는 버튼 하나. 스크롤 내리며 봤다. '뭐 하려던 거였지?' 플로우가 기억 안 난다. 왜 이 화면에서 이 화면으로 가는지. 메모 확인했다. '여기 인터랙션 추가' '컬러 다시 보기' '아이콘 교체 필요' ...다 기억 안 난다.한 시간 만져봤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까. 홈 화면 레이아웃 다시 잡았다. 카드형? 리스트형? 결정 못 내리고 둘 다 만들었다. 타이포 사이즈 조정했다. 16px? 18px? 0.5px 차이에 30분. 컬러 팔레트 다시 봤다. "베이지가 너무 칙칙한가?" Color Hunt 열었다. 또 1시간. 북마크한 레퍼런스 다시 봤다. "이게 더 나은데?" 레이아웃 다시 갈아엎었다. 시계 봤다. 1시. 배고프다. 점심 먹고 라면 끓여먹었다. 신라면. 유튜브 켜놨다. 디자인 브이로그. 다른 디자이너는 집중 잘한다. 타임랩스 보니까 4시간 연속. 나는 왜 안 되지. 설거지하고 다시 앉았다. 피그마 그대로 켜져 있다. "조금만 더." 아이콘 만들기 시작했다. 직접 그리면 통일감 있을 거야. 북마크 아이콘. 하트 아이콘. 플러스 아이콘. ...Feather Icons 쓸걸.오후 3시 친구한테 톡 왔다. "나와" "작업 중"이라고 답했다. "주말에도 일해? ㅋㅋ" "아니 개인 작업" "그게 그거지" ...맞는 말이다. 창 밖 봤다. 날씨 좋다. 햇빛 쨍하다. 피그마 보니까 진행률 18%. 3시간 해서 3% 늘었다. 이러면 완성까지 100시간. 주말마다 3시간씩 하면 33주. 8개월. "...미쳤나." 왜 이러나 사이드 프로젝트 하고 싶었다. 순수하게 디자인하고 싶었다. 회사에선 제약 투성이. 기획 바뀌고, 개발 안 되고, 피드백 이상하고. 여기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데. 근데 막상 자유니까 막막하다. "이게 맞나?" 물어볼 사람도 없다. 그리고 피곤하다. 평일에 피그마 50시간 봤다. 주말에 또 피그마. 모니터가 지겹다. 단축키가 지겹다. 컴포넌트가 지겹다. "디자인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포기의 순간 마우스 내려놨다. 파일 저장했다. 'Book App UI_v0.3_final_real_final' 저장하면서 알았다. 다시 안 열 거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카페 리뷰 앱' '운동 기록 앱' '감정 일기 앱' 전부 15% 진행에서 멈췄다. 노트북 덮었다. 창문 열었다. 밖에서 애들 노는 소리. 누군가 웃는다. "나 뭐 하는 거지." 자기합리화 사이드 프로젝트 안 해도 된다.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안 해도 산다. 회사 일만 잘하면 되지. 연봉 받고 있잖아. 다른 취미 찾으면 되지. 디자인 말고. ...근데 뭐하지? 운동? 작심삼일. 독서? 한 달에 한 권. 요리? 배달이 낫다. 결국 침대에 누워서 Dribbble 봤다. 다른 사람들 작업물. 예쁘다. 부럽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다음 주말에 하자. 저녁 남자친구한테 전화했다. "뭐 해?" "코딩. 너는?" "디자인하다가 관뒀어." "또? ㅋㅋㅋ" 웃긴대. "너는 사이드 프로젝트 잘하잖아." "나도 포기 많이 해. 안 보여줄 뿐." 그 말에 좀 위로됐다. "우리 나가자. 한강?" "좋아. 30분 후." 씻었다. 거울 봤다. 토요일인데 하루 종일 집. "이래서 번아웃 오는 거야." 한강에서 치맥 시켰다. 해 지는 거 봤다. "요즘 힘들어?" 남친이 물었다. "응. 근데 뭐가 힘든지 모르겠어." "번아웃 아냐?" "번아웃은 일 많이 해야 오는 거 아냐?" "일 안 해도 와. 의미 없으면." 맞는 말인가. "사이드 프로젝트 왜 해?" "...포폴 때문에? 성장하려고?" "그거 의무잖아. 취미가 아니라." 또 맞는 말이다. "그럼 어떡해?" "쉬든가. 진짜 하고 싶은 거 하든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데." "모르겠으면 아무것도 안 하면 돼." 집 가는 길 버스에서 생각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의무로 만들었다. '해야 해' '안 하면 뒤처져' 그래서 재미없었다. 회사 일이랑 똑같았다. 디자인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디자인 때문에 지친다. 일과 취미의 경계. 둘이 같으면 취미가 없다. 그럼 나는 뭘 좋아하지? 버스 창밖 봤다. 불 켜진 건물들. 저 안에도 누군가 야근한다. 토요일인데. 일요일 계획 일요일엔 피그마 안 켠다. 노트북 안 연다. 뭐 하지? 산책? 전시? 영화? ...모르겠다. 일단 자자. 집 도착했다. 노트북 가방에서 안 꺼냈다.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봤다. 습관적으로 Behance. "아 진짜." 껐다. 눈 감았다. 내일은 디자이너 아닌 날로 살아보자.토요일도 일처럼 느껴지면, 그건 쉬는 게 아니다.
- 12 Dec, 2025
회의 중 화면 공유하면서 실시간 수정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또 시작이다 회의실 들어갔다. 노트북 열었다. HDMI 꽂았다. 피그마 켜졌다. "아, 디자이너님 화면 공유 부탁드려요."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알았다. 오늘도 실시간 수정의 날이다.회의 안건은 '메인 화면 개편안 공유'였다. 공유만. 그런데 회의실 문 닫히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여기 이 버튼 색상이요..." 시작됐다. 2초의 선택 화면 공유 상태에서 피드백 받는 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 "네, 회의 끝나고 반영해서 다시 공유드릴게요." 둘. "아, 이렇게요?" 하면서 바로 Cmd+D로 복사하고 색상 바꾸기. 나는 항상 둘을 선택한다. 왜냐면 하나를 선택하면 회의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일단 보고 싶은데요." 이 말이 나온다. 결국 둘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2초 만에 판단한다. 이거 바로 고칠 수 있나 없나. 버튼 색상 변경: 가능. 5초. 텍스트 수정: 가능. 3초. 레이아웃 변경: 불가능. 20분. 컴포넌트 구조 변경: 불가능. 3일.가능한 건 바로 한다. 불가능한 건 "이건 구조적으로 수정이 필요해서 시간이 좀 필요해요" 라고 말한다. 근데 문제는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에 있는 것들이다. 애매한 것들 "이 카드 간격이 좀 더 넓었으면 좋겠어요." 간격. Padding 값 하나 바꾸면 끝이다. 8px을 12px로. 가능하다. 근데 카드가 Auto Layout으로 묶여 있고, 그 안에 텍스트랑 이미지가 있고, 반응형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바꾸는 건 3초인데 확인하는 건 5분이다. 회의실에서 5분은 영원이다. "음... 잠깐만요." 하면서 간격 바꾼다. 화면에 바로 반영된다. 모두가 본다. "아 이게 더 낫네요." 다행이다. 괜찮게 나왔다. 근데 가끔은. "음... 아닌 것 같은데." Cmd+Z를 누른다. 다들 보는 앞에서. 이 순간이 제일 민망하다. 실시간의 양면 피그마 실시간 협업은 마법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커서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수정이 바로 반영된다. 근데 회의실에서는 이게 독이 된다. 다들 내 커서를 본다. 내가 뭘 클릭하는지 본다. 어디를 망설이는지 본다. "아 거기 아니고 위에 거요." 알아. 지금 찾고 있어. 레이어가 127개야. 화면 공유 상태에서 레이어 패널 스크롤하는 건 공개 처형이다. 얼마나 정리 안 했는지 다 보인다. "레이어 이름 좀..." 이라고 말하는 개발자 목소리가 들린다. 미안해. Rectangle 347까지 있어. 나도 알아.그래도 실시간 수정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회의 시간이 반으로 준다. "이렇게 해주시고, 저렇게 해주시고, 그렇게 해주세요" 리스트 받아서 나중에 하면 2시간 걸린다. 작업 1시간, 다시 공유하고 피드백 받는 데 1시간. 회의실에서 바로 하면 30분이다. 끝나면 다음 안건으로 넘어간다. 효율적이다. 프로페셔널하다. 근데 즉흥적이다. 즉흥과 전문성 사이 디자인은 생각이 필요하다. 여백을 12px로 할지 16px로 할지는 그냥 정하는 게 아니다. 토큰 시스템 확인한다. 다른 화면이랑 일관성 맞춘다. 모바일 반응형 체크한다. 이 과정이 필요하다. 근데 회의실에서는 시간이 없다. "음... 16으로 할게요." 왜요? 라고 물으면 대답은 "더 나아 보여서요." 전문가답지 않다. 감으로 하는 것 같다. 실제로 감으로 한다. 6년 차 감이지만.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와서 다시 본다. 16이 맞나. 토큰 확인한다. Spacing-md가 16이다. 맞다. 다행이다. 가끔은 틀리다. 그럼 다시 고친다. 슬랙으로 "수정했어요" 보낸다. "아까 회의에서 확인했는데요?" 미안. 아까는 틀렸어. 관객 앞의 작업 화면 공유하고 디자인하는 건 관객 앞에서 그림 그리는 것과 같다. 보통은 작업실에서 혼자 한다. 망쳐도 Cmd+Z 누르면 된다. 아무도 모른다. 근데 회의실에서는 다르다. 실수하면 다 본다. "아 실수하셨네요" 라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알아. 나도 봤어. 그래도 침착해야 한다. 당황하면 안 된다. 프로니까. "네, 수정했습니다." 담담하게 말한다. 속으로는 심장이 뛴다. 제일 무서운 건 버벅이는 거다. "이 컴포넌트가 어디 있더라..." 레이어 패널 스크롤한다. 없다. 검색한다. 오타 났다. 다시 검색한다. 찾았다. 이 과정이 30초. 회의실에서 30초는 30분처럼 느껴진다. "아, 찾으시는 동안 다른 안건 먼저 볼까요?" 차라리 그게 낫다. 학습된 즉흥성 처음에는 무서웠다. 실시간 수정 요청 오면 "나중에 해올게요" 했다. 근데 3년 차쯤 되니까 달라졌다. 피그마 단축키가 손에 익었다. Cmd+D, Cmd+G, Cmd+Shift+K. 생각 없이 나간다. 컴포넌트 구조가 머릿속에 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안다. 찾는 데 3초. 토큰 시스템이 체화됐다. 8, 12, 16, 24. 고민 없이 선택한다. 즉흥적으로 하는데 전문적이다. 이상하다. 근데 이게 시니어의 영역인 것 같다. 주니어는 시간 필요하다. 생각하고 확인하고 수정한다. 시니어는 바로 한다. 생각과 확인이 동시에 일어난다. 회의실에서 실시간 수정하는 건 시니어의 특권이자 의무다. 가끔 후회한다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온다. 방금 수정한 거 다시 본다. "아... 이거 아닌데." 회의실에서는 괜찮아 보였다. 큰 화면에 띄우니까. 다들 보니까. 근데 실제 사이즈로 보니까 이상하다. 버튼이 너무 크다. 여백이 어색하다. 컬러가 안 맞다. 다시 고친다. 아까 회의에서 확인받은 건데. 슬랙 보낸다. "한 번 더 수정했어요." "또요?" 미안. 근데 이게 맞는 거다. 아까 건 틀렸어. 가끔 생각한다. 회의에서 실시간 수정 안 하고 "나중에 반영할게요" 하는 게 나을까. 그러면 혼자 천천히 작업할 수 있다. 여러 옵션 만들어본다. 토큰 제대로 확인한다. 근데 시간이 두 배 걸린다. 회의도 길어진다. 결정도 느려진다. 빠른 게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즉흥성이 필요하다. 완벽함보다 속도. 나중에 고치면 된다. 디자인은 원래 반복이다. 개발자의 시선 회의 끝나고 개발자가 말한다. "디자이너님 피그마 되게 빠르시네요." 칭찬인가 싶다. "근데 저희는 그렇게 빠르게 못 만들어요." 현실이다. 내가 5초 만에 수정하는 거, 개발자는 30분 걸린다. CSS 수정하고 커밋하고 배포하고. "회의에서 쉽게 바꾸시니까 쉬운 줄 아세요, 대표님이." 미안해. 그건 의도가 아니었어. 실시간 수정의 부작용이다. 디자인이 쉬워 보인다. 금방 바뀌니까. 개발도 그렇게 쉬운 줄 안다. "그냥 색상만 바꾸면 되잖아요." 안 돼. 변수 찾아야 하고 빌드해야 하고 테스트해야 해. 요즘은 조심한다. 회의에서 실시간 수정하기 전에 말한다. "이건 디자인상으로만 바꿔볼게요. 개발 공수는 따로 확인 필요해요." 선 긋기. 피그마 수정과 실제 구현은 다르다는 거. 대표님이 말한다. "왜요? 금방 되는 거 아니에요?" 안 돼. 설명한다. 3분. 이해한다. 아니, 이해하는 척한다. 다음 회의 때 또 묻는다. 줄타기의 기술 회의실 실시간 수정은 줄타기다. 너무 빨리 하면: 디자인이 쉬워 보인다. 막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성 의심받는다. 너무 느리면: 답답해한다. "이거 하나 바꾸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적당히 빠르게, 적당히 신중하게. 바꾸면서 설명한다. "여기 여백을 늘리면 시각적 위계가 명확해지는데, 토큰 시스템상 16이 적절해 보입니다." 전문 용어 살짝 섞는다. 시각적 위계. 토큰 시스템. 일관성. 그러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근데 너무 많이 쓰면 잘난 척으로 보인다. 밸런스. 결국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바로 고쳐야 할 것: 간단한 것. 5초 안에 끝나는 것. 색상, 텍스트, 간격. 나중에 고칠 것: 복잡한 것. 구조 변경. 컴포넌트 수정. 반응형. 회의에서는 빠른 것만 한다. 나머지는 "검토 후 반영할게요." 이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근데 가끔 경계가 모호하다. 그럴 땐 일단 해본다. 5초 지나면 멈춘다. "이건 시간 필요해요." 5초 룰. 내가 만든 규칙이다. 그래도 계속한다 실시간 수정의 문제는 많다. 즉흥적이다. 실수한다. 나중에 후회한다. 개발자 힘들게 한다. 디자인이 쉬워 보인다. 근데도 계속한다. 왜냐면 이게 협업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혼자 완벽하게 만들어서 던져주는 게 아니다. 같이 보면서 만든다. 기획자가 말한다. "이 텍스트가 좀 더 강조됐으면 좋겠어요." 바로 Bold 적용한다. "이렇게요?" "오 좋은데요." 대화다. 캐치볼이다. 나중에 혼자 수정해서 공유하면 캐치볼이 아니다. 일방적 전달이다. 회의실 실시간 수정은 비효율적이지만 협업적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함께 만든다. 그게 스타트업이고, 그게 내가 배운 방식이다. 익숙해진다 이제는 자연스럽다. 회의 들어가면 노트북 열고 피그마 켠다. 화면 공유 준비한다. "디자이너님 화면 공유 부탁드려요." "네." 바로 켠다. 피드백 나온다. 바로 수정한다. 레이어 찾는다. 3초. 컴포넌트 수정한다. 5초. "오 괜찮은데요." "감사합니다." 다음 피드백. 리듬이 생긴다. 회의가 빨라진다. 30분 안건이 15분에 끝난다. 모두가 좋아한다. 효율적이다. 나도 좋아한다. 익숙하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이게 맞는 방식일까. 디자이너는 원래 이렇게 일하는 걸까. 모르겠다. 정답은 없다. 회사마다 다르다. 팀마다 다르다. 우리 팀은 이렇게 한다. 빠르게 함께.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나아간다. 실시간 수정하면서 배운다. 어떤 게 빨리 되고 어떤 게 시간 걸리는지. 6년 차가 되니까 안다. 경계선이 어디인지. 그 선 위에서 줄을 탄다. 때로는 떨어진다. 다시 올라간다.회의 끝났다. 노트북 닫는다. 바뀐 게 17군데다. 나중에 다시 봐야겠다. 일단 커피.
- 09 Dec, 2025
포트폴리오 업데이트는 언제 할 건가요? 라고 묻는 동기에게
동기의 질문 "포트폴리오 업데이트는 언제 할 건가요?" 카톡이 왔다. 동기 지영이다. 같이 입사했던 애. 지금은 다른 회사에 있다. 나는 답장을 안 했다.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서. "바빠서 못 했어" 치려다가 지웠다. 변명 같아서. "곧 할 거야" 치려다가 지웠다. 거짓말 같아서. 그냥 이모티콘 하나 보냈다. 웃는 얼굴. 지영이는 3개월 전에 이직했다. 연봉 2천 올렸다고 했다. 포트폴리오 정리하는 데 한 달 걸렸다고. 나는 2년째 안 만지고 있다.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4월 포트폴리오 파일 이름이 "ChoiDesigner_Portfolio_2022_final_real_final.pdf"다. 열어봤다. 오랜만에. 프로젝트가 4개 있다. 전 회사 거 2개, 지금 회사 거 2개. 지금은 2024년 11월이다. 2년 반 동안 뭐 했나. 프로젝트는 7개 더 했다. 런칭한 것만. 디자인 시스템 만들었다. 컴포넌트 230개. 온보딩 플로우 개편했다. 가입률 23% 올렸다. 어드민 페이지 전체 리뉴얼했다. CS팀이 좋아했다. 근데 포트폴리오엔 없다. 왜냐면 정리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아니, 시간은 있었다. 주말에. 근데 주말엔 피그마를 보고 싶지 않았다.악순환 포트폴리오가 오래될수록 업데이트가 더 어렵다. 왜냐면 추가할 게 많아지니까. 많아지니까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우니까 미룬다. 미루니까 더 쌓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2년이 지나 있다. 지영이는 3개월마다 업데이트한다고 했다. 프로젝트 끝나면 바로 정리한다고. "그때 안 하면 나중엔 기억도 안 나더라." 맞는 말이다. 나는 6개월 전 프로젝트도 디테일이 가물가물하다.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슬랙 히스토리를 뒤져야 한다. 그것도 귀찮다. 그래서 또 미룬다. 현실은 회사에서 나는 바쁘다. 오늘도 미팅이 4개였다. 디자인 작업 시간은 3시간. 그 3시간도 온전히 집중한 건 아니다. 슬랙 메시지가 계속 왔다. "이 버튼 색상 좀 밝게 해주세요." "여기 여백 좀 줄여주세요." "이거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수정 가능할까요?" 수정하고, 버전 올리고, 핸드오프하고. 하루가 간다. 퇴근하면 7시 반이다. 집에 오면 8시 반. 씻고, 밥 먹고, 넷플릭스 켜면 10시. 포트폴리오 작업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 내일 9시 반 출근인데. 주말에 하자고 생각한다. 주말이 온다. 토요일 오전엔 밀린 잠을 잔다. 오후엔 남자친구 만난다. 저녁엔 친구들 만난다. 일요일엔 다음 주 준비를 한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포트폴리오는 또 다음 주로.동기들은 지영이 말고도 물어본 애들이 있다. "요즘 뭐 해? 포폴 좀 보여줘." 보여줄 게 없다. 2년 전 파일을 보내기엔 민망하다. "요즘 너무 바빠서..." 라고 답한다. 사실이다. 근데 변명처럼 들린다. 동기들은 대부분 이직했다. 1~2년 주기로. 나만 6년째 같은 회사 아니면 2개 회사. 이직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연봉도 올리고 싶다. 근데 포트폴리오가 없으니까 지원을 못 한다. 지원을 못 하니까 이직을 못 한다. 이직을 못 하니까 연봉이 안 오른다. 또 악순환이다. 지영이는 말했다. "이직 생각 없어도 포폴은 계속 업데이트해야 해. 그게 곧 커리어 정리거든." 맞는 말이다. 또. 진짜 이유 사실 시간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서다. 포트폴리오는 나를 보여주는 거니까. 대충 만들 수 없다. 케이스 스터디 구조도 고민해야 한다. Problem - Solution - Result 순서로 갈까. Context - Process - Outcome이 나을까. 이미지 퀄리티도 신경 써야 한다. 목업은 어떤 걸 쓸까. 화면 캡처는 어느 시점 걸로 할까. 글은 또 어떻게 쓸까. 너무 길면 안 읽을 것 같고. 너무 짧으면 성의 없어 보이고. 생각만 하다가 시작을 못 한다. 시작을 못 하니까 완성을 못 한다. 지영이는 "일단 시작해. 완벽하지 않아도 돼" 라고 했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디자이너다. 디테일이 생명이다. 대충 만든 포트폴리오를 내보내는 건, 나를 부정하는 거 같다. 그래서 또 미룬다. 필요한 순간 지난주에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왔다. "관심 있으시면 포트폴리오 좀 보내주세요." 회사가 괜찮았다. 직원 200명 규모. 시리즈 B 투자 받은 곳. 연봉 레인지도 좋았다. 7천에서 8천. "이번 주 안에 보내드릴게요" 라고 답했다. 그날 밤에 포트폴리오 파일을 열었다. 2022년 버전. 한숨이 나왔다. 프로젝트 7개를 추가해야 한다.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 근데 헤드헌터는 이번 주 안에 달라고 했다. "죄송한데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실 수 있을까요?" "채용이 급하셔서요. 다음 주 월요일까지 가능하세요?" 결국 2년 전 버전을 보냈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는 조만간 추가하겠습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답장이 안 왔다. 당연하다. 2년 전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디자이너를 누가 뽑겠나. 그때 알았다.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는 걸. 변명들 "요즘 너무 바빠서." 맞다. 근데 모두가 바쁘다. 지영이도 바빴을 거다. "NDA 때문에 못 올려서." 일부는 맞다. 근데 전부는 아니다. 공개 가능한 프로젝트도 있다. "회사 일이 우선이니까." 맞다. 근데 내 커리어도 우선이다. "주말엔 쉬고 싶어서." 이건 진짜다. 근데 핑계다.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포트폴리오를 진짜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시간을 냈을 거다.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안 옮긴 거다. 그게 2년이 됐다. 지영이의 말 "포폴이 없으면 내가 뭘 했는지 증명할 수 없어." 지영이가 했던 말이다. 카페에서. "회사에선 열심히 했잖아. 근데 그게 내 거로 남아있어? 회사만 성장하고 나는?" 찔렸다. 나는 2년 반 동안 프로젝트를 7개 했다. 회사 매출은 늘었다. 사용자는 늘었다. 회사는 성장했다. 근데 내 포트폴리오엔 아무것도 추가되지 않았다. 내 커리어는 그대로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건 2년 전까지의 일이다. "회사는 너의 포트폴리오를 안 만들어줘. 네가 해야 해." 맞는 말이다. 세 번째로. 오늘 밤 지영이한테 답장을 보냈다. "이번 달 안에 할게. 진짜로." "ㅋㅋㅋ 믿을게. 다 되면 나한테 보여줘. 피드백 줄게." 고맙다. 근데 부담스럽다. 이번 달은 11월이다. 남은 날이 열흘. 열흘 안에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할 수 있을까. 계산해봤다. 프로젝트 7개. 하나당 이틀이면 14일. 불가능. 그럼 핵심 프로젝트 3개만. 하나당 3일이면 9일. 가능할 수도. 주말 이틀, 평일 저녁 5일. 하루 3시간씩 투자하면. 21시간. 프로젝트 하나당 7시간. 빡빡하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일단 시작하자. 지영이 말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80%만. 80%짜리 최신 포트폴리오가, 100%짜리 2년 전 포트폴리오보다 낫다. 내일부터 내일 퇴근하고 바로 시작할 거다. 넷플릭스는 꺼둔다. 핸드폰은 멀리 둔다. 프로젝트 하나를 고른다. 가장 임팩트 있었던 거. 온보딩 개편 프로젝트. 가입률 23% 올린 거. 슬랙 히스토리를 뒤진다. 기획 문서를 찾는다. 화면 캡처를 다시 한다. 목업을 만든다. 글을 쓴다. Problem부터. 하루에 조금씩. 월요일: Problem, Context 화요일: Process, Design decisions 수요일: Result, Metrics 목요일: 이미지 작업 금요일: 검토, 수정 주말에 나머지 두 프로젝트. 다음 주 월요일에 지영이한테 보낸다. 피드백 받고 수정한다. 그리고 헤드헌터한테 다시 보낸다. "업데이트된 버전입니다." 늦었지만 보내본다. 이번엔 진짜다.동기의 질문이 시작이었다. 이번엔 답을 만들어야 한다. 핑계가 아니라.
- 09 Dec, 2025
리드 수당 없이 3명을 이끄는 6년차의 금요일 밤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슬랙에 메시지가 떴다. "최디자님, 내일 아침까지 이거 수정 가능할까요?" 가능하냐고? 불가능하진 않다. 팀원 둘에게 물어봤다. "금요일인데..." 답장이 왔다. 나도 알지. 리드니까 내가 한다. 리드 수당은 없지만.리드의 무게 올해로 6년차다. 우리 팀은 3명이다. 4년차 한 명, 2년차 한 명. 그리고 나. 회의에서 내가 말한다. 클라이언트 미팅에 내가 간다. 디자인 시스템 관리도 내가 한다. 월급명세서를 봤다. 4년차랑 70만원 차이. 리드 수당 항목은 없다.스타트업의 논리 작년에 대표님께 말했다. "리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상 체계를 논의하고 싶습니다." 대답은 이랬다. "우리 아직 스타트업이잖아요. 성장하면 당연히 드릴 거예요." 1년이 지났다. 시리즈 B 투자 유치했다. 직원은 40명이 됐다. 리드 수당은 여전히 없다. 개발팀 리드는 받는다. "개발자는 구하기 어려워서요." 그렇게 말했다. 금요일 밤 9시 사무실에 나 혼자 남았다. 개발자들도 다 갔다. 모니터 세 개를 켰다. 왼쪽엔 기존 디자인, 가운데 피그마, 오른쪽엔 레퍼런스. 컴포넌트를 수정한다. 버튼 스타일, 타이포, 컬러 토큰. 이거 바꾸면 다른 곳도 다 바뀐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리드니까.책임의 범위 월요일 아침이면 팀원들이 물어본다. "이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말했는데요." "개발팀에서 이게 어렵대요." 대답해줘야 한다.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때로는 대신 싸워줘야 한다. 기획팀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개발팀이 일정을 앞당기자고 하면. 대표님이 "감각적으로" 라고 하면. 내가 막아준다. 내가 설득한다. 내가 타협점을 찾는다. 리드의 일이다. 근데 월급명세서엔 없다. 그 책임에 대한 돈이. 4년차의 질문 지난주 4년차가 물었다. "저도 리드 해보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솔직하게 말했다. "일 더 많아지고, 스트레스 더 받아요. 근데 돈은 그대로예요." 웃으면서 말했다. 진담인데 농담처럼. "그래도 경력엔 좋잖아요." 맞다. 이력서에 '디자인 팀 리드' 라고 쓴다. 다음 회사 면접에서 어필한다. 그게 내 보상이다. 대기업 동기 대학 동기가 있다. 대기업 디자이너다. 같이 밥 먹었다. 연봉 얘기가 나왔다. "7200 받아." "나 5500." 1700만원 차이. 월 140만원. "근데 넌 리드잖아. 리드 수당 받지?" "그런 거 없어." 동기가 놀랐다. 나도 놀랍다. 매번. 금요일 밤 11시 수정을 끝냈다. 슬랙에 메시지를 보냈다. "완료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읽음 표시가 떴다.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주말. 토요일 오전엔 개발자 남자친구 만난다. 그 친구도 야근했다. 어제. "야근 수당 나와?" "응, 1.5배." 부럽다. 리드의 가치 내 가치는 얼마일까. 팀원들 멘탈 관리. 클라이언트 대응. 디자인 퀄리티 책임. 시스템 유지보수. 개발팀과의 커뮤니케이션. 월 70만원 더. 연 840만원. 리드의 가치가 그 정도일까. 아니면 내가 호구인가. 이직의 유혹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6년차 리드 경력이면 7천 중반은 가능합니다." 2천만원 이상 차이. 월 180만원. 마음이 흔들렸다. 근데. 우리 팀원들. 내가 만든 디자인 시스템. 3년 동안 쌓은 것들. 그게 발목을 잡는다. 성장의 기로 스타트업에서 성장한다는 것. 돈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다. 역할로 성장한다. 경험으로 성장한다. 그렇게 말한다. 모두가. 맞다. 근데 집세는 역할로 내는 게 아니다. 밥값도 경험으로 내는 게 아니다. 현실이다. 대표님과의 면담 다음 주 월요일. 대표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말할 것이다. 리드 역할에 대한 보상. 명확한 직급 체계. 성장 경로. 아니면. 이직 의사. 협상이다. 6년 동안 안 해봤던. 떨린다. 금요일 자정 퇴근했다. 지하철이 끊겼다. 택시를 탔다. 12,000원. 리드 수당이 있었다면. 야근 수당이 있었다면. 이런 계산 안 했을 텐데. 창밖을 봤다. 불 꺼진 사무실들. 다들 야근했을 것이다. 수당 없이. 나만은 아니다. 위로가 안 된다. 리드의 의미 집에 도착했다. 침대에 누웠다. 생각했다. 리드가 뭘까. 타이틀인가. 책임인가. 성장인가. 아니면 그냥. 돈 못 받는 중간 관리자인가. 내일 아침. 클라이언트가 확인할 것이다. 내가 야근해서 수정한 파일을. "감각적이네요."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게 내 보상이다. 선택 다음 주 면담에서. 두 가지 중 하나다. 리드에 합당한 대우. 아니면 이직. 6년 동안 참았다. 성장한다고 믿었다. 이제 선택할 때다. 내 가치를 내가 정할 때. 토요일 아침 알람이 울렸다. 오전 10시. 슬랙을 켰다. 습관적으로. "좋네요! 월요일에 발표하겠습니다." 읽고 껐다. 남자친구에게 문자했다. "점심 뭐 먹을까?" "네가 리드니까 네가 정해." 웃었다. 리드니까.리드 수당은 없어도, 리드의 고민은 계속된다. 월요일이 두렵고, 기대된다.
- 03 Dec, 2025
월요일 9시 반, 슬랙 확인하다가 숨이 턱 막히는 순간
월요일 9시 반 지하철에서 내렸다. 회사까지 5분. 그 5분 동안 슬랙을 켜지 않았다. 일부러. 주말이 좋았다. 토요일엔 침대에서 유튜브 봤고, 일요일엔 카페에서 책 읽었다. 스타벅스 아니고 동네 조용한 곳. 핸드드립 마시면서 디자인 잡지 넘겼다. 폰트 이야기, 컬러 이야기. 평화로웠다. 금요일 퇴근 전에 완성한 화면이 머릿속에 있었다. 결제 플로우 7개 화면. 사흘 걸렸다. 인풋 필드 간격, 버튼 사이즈, 에러 메시지 위치. 다 맞췄다. 개발팀 채널에 피그마 링크 올렸다. "월요일에 리뷰 부탁드려요" 하고 로그아웃. 엘리베이터 안. 3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슬랙을 켰다. 21개의 알림.숨이 턱 막혔다 첫 번째 메시지. 금요일 밤 11시. 대표님. "최디자님, 결제 플로우 방향 좀 틀어야 할 것 같아요. 투자사 미팅에서 피드백 받았는데요." 두 번째. 토요일 오전 10시. 기획자. "디자님, 죄송한데 결제 단계를 2단계로 줄이는 게 어떨까요? 대표님이랑 얘기했는데..." 세 번째. 토요일 오후 3시. 개발 리드. "결제 플로우 개발 시작하려고 했는데 홀드할게요." 네 번째부터는 안 읽었다. 사무실 문 열었다. 개발자 두 명이 이미 와있었다.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나왔다. 자리 앉았다. 맥북 켰다. 피그마 열었다. 그 7개 화면이 그대로 있었다. 금요일 저녁 6시 43분. 마지막 수정 시간. 사흘이 3초가 됐다. 기획 변경의 메커니즘 스타트업에서 6년 일했다. 회사는 세 번 바뀌었다. 기획 변경은 48번쯤 겪었다. 대충 센 거다. 정확히 세면 더 많다. 변경의 패턴이 있다.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온다. "사소한 수정"이라고 시작한다. 실제론 전체 구조가 바뀐다. 일정은 그대로다.이번도 그랬다. 기획자가 왔다. 미안하다는 표정. "디자님, 주말에 연락드려서..." "괜찮아요." 괜찮지 않았다. "대표님이 투자사에서 피드백 받으셨대요. 결제 단계가 너무 많다고. 3단계를 2단계로 줄여야 한데요." "언제까지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오늘이 월요일이다. 금요일까지 5일. 아니, 4일 반.변수를 관리한다는 것 대표님한테 갔다. 노크하고 들어갔다. "대표님, 결제 플로우 변경 건 확인했습니다." "아, 최디자님. 죄송해요. 갑자기 바뀌어서." "투자사 피드백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나요?" 대표님이 노트북을 돌렸다. 이메일이 떠 있었다. 영어로 3줄. "Too many steps in payment flow. Consider simplifying. Users drop off at step 2." 3줄. 내가 사흘 동안 만든 7개 화면이 3줄이 됐다. "사실 데이터를 봤는데요." 내가 말했다. "이탈률이 높은 건 2단계에서 주소 입력 때문이에요. 단계 개수 문제가 아니라 인풋 필드 문제예요." "음..." 대표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은 이미 정해진 표정이었다. "그래도 일단 2단계로 줄여서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투자 유치가 지금 중요해서요." 투자 유치. 이 단어가 나오면 끝이다. "네, 알겠습니다." 자리로 돌아왔다. 피그마를 껐다. 다시 켰다. 새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름: "결제플로우_v2_20250120" v2. 버전 2. v1은 어디 갔나. 휴지통에도 안 간다. 그냥 존재하지 않게 된다. 공허함의 정체 점심시간이 됐다. 밥을 먹으러 나갔다. 개발자 한 명이 따라왔다. "디자님, 결제 플로우 다시 하시는 거예요?" "응." "헐... 금요일에 완성하신 거 엄청 좋았는데." "고마워." "근데 왜 바뀐 거예요?" "투자사 피드백." "아..." 개발자도 알았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김치찌개를 시켰다. 맛이 없었다. 아니, 맛을 모르겠다. 숟가락을 입에 넣고 씹고 삼켰다. 기계처럼. 공허함이 뭔지 알았다. 내가 만든 게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건 원래 자주 있다. 디자인은 계속 바뀐다. 문제는 이유다. 데이터 때문에 바뀐 거면 괜찮다. 사용자 피드백 때문이면 이해된다. A/B 테스트 결과 때문이면 배운다. 근데 이건 아니다. 투자사 이메일 3줄. 데이터도 없고, 사용자 리서치도 없고, 근거도 없다. 그냥 "simplify" 한 단어. 내 사흘이 한 단어에 지워졌다.변수관리라는 환상 오후 2시. 기획자, 개발 리드, 나. 회의실. "변경사항 정리할게요." 기획자가 화이트보드에 썼다.3단계 → 2단계 주소 입력 간소화 결제 수단 선택 앞으로 최종 확인 화면 삭제"최종 확인 화면을 왜 삭제해요?" 내가 물었다. "단계를 줄이려면..." "근데 최종 확인 없이 결제하면 실수 결제 늘어요. 그럼 CS 비용 올라가요." 개발 리드가 끄덕였다. "맞아요. 환불 처리 개발 공수도 만만치 않은데." 기획자가 난감한 얼굴을 했다. "그럼... 대표님께 다시 말씀드려볼게요." 30분 뒤. 기획자가 돌아왔다. "최종 확인 화면은 남기래요. 대신 다른 걸 줄여달래요." "뭘요?" "다시 회의해요." 또 회의. 이게 스타트업의 변수관리다. 변수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변수에 관리당한다. 큰 회사였으면 프로세스가 있다. 기획 문서, 리서치 자료, 검토 단계. 느리지만 방향은 있다. 스타트업은 빠르다. 대신 방향이 매일 바뀐다. 나침반이 고장 난 배. "빠르게 실험하는 거예요." 대표님이 자주 하는 말. 실험은 좋다. 근데 실험엔 가설이 있어야 한다. 가설 없는 실험은 그냥 삽질이다. 오후 4시의 결심 새 버전을 그렸다. 2시간 걸렸다. 2단계. 깔끔하다. 심플하다. 아름답다. 근데 뭔가 부족하다. 정보 위계가 애매하다. 사용자가 헷갈릴 것 같다. 개발자한테 보냈다. "이렇게 바뀌었어요." 답장이 왔다. "오 깔끔한데요? 근데 주소 입력 필드가 여기 있으면 키보드 올라올 때 버튼이 가려지는데..." "아..." 수정했다. 30분 더. 다시 보냈다. "이건 어때요?" "좋아요! 근데 결제 수단 선택이 위로 가면 API 호출 순서를 바꿔야 하는데, 그럼 로딩 시간이..." "..." 또 수정했다. 1시간 더. 오후 4시. 버전 2.3. 개발자가 "이제 됐어요"라고 했다. 기획자가 "좋아요"라고 했다. 근데 나는 모르겠다. 이게 좋은 건지. 이게 맞는 건지. 금요일에 만든 v1이 더 나았다. 확신한다. 근데 v1은 죽었다. 결심했다. 다음부턴 초안을 두 개 만든다. 하나는 내가 생각하는 최선. 하나는 갑자기 바뀔 때를 대비한 플랜B. 시간이 두 배 걸린다. 근데 어쩌겠나. 월요일 아침에 숨 막히는 것보단 낫다. 변수 속에서 살아남기 스타트업에서 변수관리는 환상이다. 변수를 없앨 수 없다. 대신 변수를 예상할 수 있다. 내가 배운 것들:금요일 저녁 배포 금지. 주말에 바뀐다. 투자 관련 미팅 전후는 위험. 방향이 흔들린다. 대표님이 "간단한 질문인데"로 시작하면 간단하지 않다. 기획자가 "사소한 수정"이라고 하면 사소하지 않다. 개발자가 "이거 어려운데요"는 정말 어렵다는 뜻이다.그리고 하나 더. 완벽한 디자인은 없다. 완성된 디자인도 없다. 있는 건 "지금 버전"뿐이다. 내일 바뀔 수도 있고, 다음 주에 바뀔 수도 있고, 아예 폐기될 수도 있다. 이게 스타트업이다. 빠르게 망하거나, 빠르게 배우거나. 나는 후자를 택했다. 아직은. 퇴근길 7시에 나왔다. 야근은 아니래. 지하철에서 피그마를 켰다. 새로 만든 v2를 봤다. 나쁘지 않다. 익숙해지니까 괜찮아 보인다. 집에 도착했다.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남자친구한테 카톡 보냈다. "오늘 힘들었어." "무슨 일?" "주말에 만든 거 다 엎어짐." "헐. 왜?" "투자사 피드백." "..." "내일은 나을까?" "응. 내일은 화요일이니까." 맞다. 내일은 화요일이다. 월요일보단 낫다. 드리블을 켰다.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봤다. 예쁘다. 완성도 높다. 근데 저것들도 엎어졌을까? 기획 변경 몇 번 겪었을까? 모르겠다. 드리블엔 결과만 있다. 과정은 없다. 폰을 내려놨다. 눈을 감았다. 내일은 v2를 개발팀한테 넘긴다. 다음 주엔 개발 시작한다. 그다음 주엔 테스트한다. 그리고 또 바뀐다. 아마.월요일은 항상 온다. 슬랙도 항상 켜진다. 변수는 계속 생긴다. 나는 계속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