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수당

리드 수당 없이 3명을 이끄는 6년차의 금요일 밤

리드 수당 없이 3명을 이끄는 6년차의 금요일 밤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슬랙에 메시지가 떴다. "최디자님, 내일 아침까지 이거 수정 가능할까요?" 가능하냐고? 불가능하진 않다. 팀원 둘에게 물어봤다. "금요일인데..." 답장이 왔다. 나도 알지. 리드니까 내가 한다. 리드 수당은 없지만.리드의 무게 올해로 6년차다. 우리 팀은 3명이다. 4년차 한 명, 2년차 한 명. 그리고 나. 회의에서 내가 말한다. 클라이언트 미팅에 내가 간다. 디자인 시스템 관리도 내가 한다. 월급명세서를 봤다. 4년차랑 70만원 차이. 리드 수당 항목은 없다.스타트업의 논리 작년에 대표님께 말했다. "리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상 체계를 논의하고 싶습니다." 대답은 이랬다. "우리 아직 스타트업이잖아요. 성장하면 당연히 드릴 거예요." 1년이 지났다. 시리즈 B 투자 유치했다. 직원은 40명이 됐다. 리드 수당은 여전히 없다. 개발팀 리드는 받는다. "개발자는 구하기 어려워서요." 그렇게 말했다. 금요일 밤 9시 사무실에 나 혼자 남았다. 개발자들도 다 갔다. 모니터 세 개를 켰다. 왼쪽엔 기존 디자인, 가운데 피그마, 오른쪽엔 레퍼런스. 컴포넌트를 수정한다. 버튼 스타일, 타이포, 컬러 토큰. 이거 바꾸면 다른 곳도 다 바뀐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리드니까.책임의 범위 월요일 아침이면 팀원들이 물어본다. "이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말했는데요." "개발팀에서 이게 어렵대요." 대답해줘야 한다.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때로는 대신 싸워줘야 한다. 기획팀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개발팀이 일정을 앞당기자고 하면. 대표님이 "감각적으로" 라고 하면. 내가 막아준다. 내가 설득한다. 내가 타협점을 찾는다. 리드의 일이다. 근데 월급명세서엔 없다. 그 책임에 대한 돈이. 4년차의 질문 지난주 4년차가 물었다. "저도 리드 해보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솔직하게 말했다. "일 더 많아지고, 스트레스 더 받아요. 근데 돈은 그대로예요." 웃으면서 말했다. 진담인데 농담처럼. "그래도 경력엔 좋잖아요." 맞다. 이력서에 '디자인 팀 리드' 라고 쓴다. 다음 회사 면접에서 어필한다. 그게 내 보상이다. 대기업 동기 대학 동기가 있다. 대기업 디자이너다. 같이 밥 먹었다. 연봉 얘기가 나왔다. "7200 받아." "나 5500." 1700만원 차이. 월 140만원. "근데 넌 리드잖아. 리드 수당 받지?" "그런 거 없어." 동기가 놀랐다. 나도 놀랍다. 매번. 금요일 밤 11시 수정을 끝냈다. 슬랙에 메시지를 보냈다. "완료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읽음 표시가 떴다.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주말. 토요일 오전엔 개발자 남자친구 만난다. 그 친구도 야근했다. 어제. "야근 수당 나와?" "응, 1.5배." 부럽다. 리드의 가치 내 가치는 얼마일까. 팀원들 멘탈 관리. 클라이언트 대응. 디자인 퀄리티 책임. 시스템 유지보수. 개발팀과의 커뮤니케이션. 월 70만원 더. 연 840만원. 리드의 가치가 그 정도일까. 아니면 내가 호구인가. 이직의 유혹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6년차 리드 경력이면 7천 중반은 가능합니다." 2천만원 이상 차이. 월 180만원. 마음이 흔들렸다. 근데. 우리 팀원들. 내가 만든 디자인 시스템. 3년 동안 쌓은 것들. 그게 발목을 잡는다. 성장의 기로 스타트업에서 성장한다는 것. 돈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다. 역할로 성장한다. 경험으로 성장한다. 그렇게 말한다. 모두가. 맞다. 근데 집세는 역할로 내는 게 아니다. 밥값도 경험으로 내는 게 아니다. 현실이다. 대표님과의 면담 다음 주 월요일. 대표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말할 것이다. 리드 역할에 대한 보상. 명확한 직급 체계. 성장 경로. 아니면. 이직 의사. 협상이다. 6년 동안 안 해봤던. 떨린다. 금요일 자정 퇴근했다. 지하철이 끊겼다. 택시를 탔다. 12,000원. 리드 수당이 있었다면. 야근 수당이 있었다면. 이런 계산 안 했을 텐데. 창밖을 봤다. 불 꺼진 사무실들. 다들 야근했을 것이다. 수당 없이. 나만은 아니다. 위로가 안 된다. 리드의 의미 집에 도착했다. 침대에 누웠다. 생각했다. 리드가 뭘까. 타이틀인가. 책임인가. 성장인가. 아니면 그냥. 돈 못 받는 중간 관리자인가. 내일 아침. 클라이언트가 확인할 것이다. 내가 야근해서 수정한 파일을. "감각적이네요."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게 내 보상이다. 선택 다음 주 면담에서. 두 가지 중 하나다. 리드에 합당한 대우. 아니면 이직. 6년 동안 참았다. 성장한다고 믿었다. 이제 선택할 때다. 내 가치를 내가 정할 때. 토요일 아침 알람이 울렸다. 오전 10시. 슬랙을 켰다. 습관적으로. "좋네요! 월요일에 발표하겠습니다." 읽고 껐다. 남자친구에게 문자했다. "점심 뭐 먹을까?" "네가 리드니까 네가 정해." 웃었다. 리드니까.리드 수당은 없어도, 리드의 고민은 계속된다. 월요일이 두렵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