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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앱을 쓸 때도 UI를 뜯어보는 직업병에 대하여

다른 앱을 쓸 때도 UI를 뜯어보는 직업병에 대하여

지하철에서도 일한다 지하철 타고 가다가 토스 켰다. 송금하려고. 근데 손이 멈췄다. 이 버튼 radius가 8px인가 12px인가. 탭바 높이는 몇인가. 상단 여백이 좀 넓어 보이는데. 송금은 까먹었다. 이게 직업병이다. 친구가 카톡으로 "너 왜 답장 안 해"라고 보냈다. 나는 카톡 메시지 말풍선 구석 radius를 보고 있었다. 대답은 10분 뒤에 했다. "미안 지금 봤어." 거짓말이다. 10분 전부터 보고 있었다. 배민 앱 열면 음식 안 본다. 폰트 본다. 이 카테고리 칩 디자인 바꼈네. 전보다 둥글다. 아이콘도 리뉴얼했네. 그사이 치킨은 식었다.카페에서 메뉴판을 본다 스타벅스 갔다. 아메리카노 주문하려고. 근데 메뉴판이 보인다. 이 레이아웃 누가 짰지. 음료 이름이랑 가격 사이 여백이 왜 이래. 위계가 없다. 시선 흐름이 안 나온다. "주문하시겠어요?" "아... 아메리카노요." 받아서 나오는데 컵 홀더를 본다. 이 그린 컬러 코드가 뭘까. #00704A쯤? 집에 가서 확인했다. 맞았다. 기분이 좋았다. 이상했다. 남자친구랑 식당 갔다. 메뉴판을 10분 봤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뭐 먹을까?" 나는 대답했다. "이 메뉴판 폰트가 너무 작아." 그는 한숨 쉬었다. "그래서 뭐 먹는데." 음식 나왔다. 사진 찍었다. 맛집 인증용 아니다. 접시 위 플레이팅 레이아웃 분석용이다. 이 대칭 구도. 이 컬러 조합. 저장했다. 나중에 쓸 데가 있을 것 같았다.영화관에서 자막을 본다 영화 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근데 자막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자막 폰트 뭐지. 크기는 적당한데 stroke가 너무 두껍다. 가독성은 좋은데 감정 전달이 약하다. 영화 끝났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어땠어?" 나는 대답했다. "자막 디자인이 좀 아쉬웠어." 그는 웃었다. "내용은?" 기억 안 났다. 유튜브 본다. 썸네일만 본다. 클릭은 안 한다. 이 썸네일 텍스트 배치가 좋네. 저건 너무 자극적이네. 이건 컬러 선택을 잘했네. 스크롤만 30분 했다. 영상은 하나도 안 봤다. 인스타 피드 넘긴다. 사진 안 본다. 레이아웃 본다. 이 카드형 UI 괜찮은데. 저 프로필 이미지 크기가 이상한데. 하트는 안 누른다. 스크린샷은 한다. 피그마에 정리한다. 길거리 간판도 일감이다 걷다가 멈췄다. 카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서체 조합이 왜 이래. 명조랑 고딕을 섞었다. 어울리지 않는다. 사장님은 모를 것이다. 편의점 들어갔다. 행사 POP가 보인다. 이 빨강이 너무 강하다. #FF0000 쓴 것 같다. 차라리 #FF3B3B 쓰지. 눈이 아프다. 물건 안 사고 나왔다. 버스 정류장 광고판 봤다. 이 레이아웃 누가 짰지. 정보 위계가 엉망이다. CTA 버튼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3초 안에 메시지 전달 못 한다. 광고비 날린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너 산책하자고 해놓고 왜 맨날 멈춰 서." 미안했다. 근데 저 네온사인 자간이 너무 좁았다.쉬는 날에도 일한다 주말이다. 넷플릭스 켰다. UI 업데이트됐네. 이 카드 hover 효과 바꼈다. 전보다 부드럽다. transition 0.3s에서 0.4s로 늘린 것 같다. 영상은 안 봤다. 피그마 켰다. Pinterest 본다. 영감 찾으려고. 2시간 지났다. 저장만 500개 했다. 적용은 하나도 안 했다. 폴더만 늘었다. "언젠가 쓸 거야." 친구가 보낸 웹사이트 링크 눌렀다. 기사 내용은 안 읽었다. 스크롤 인터랙션만 봤다. 이 패럴랙스 효과 어떻게 구현했지. F12 눌렀다. 코드 봤다. 친구한테 답장 안 했다. 유튜브에서 "UI design trends 2025" 검색했다. 영상 10개 봤다. 다 비슷했다. Glassmorphism, neumorphism, 3D elements.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다 봤다. 불안했다. 밤에는 더 심하다 밤 11시. 침대에 누웠다. 폰 켰다. 설치한 앱 하나씩 열어본다. 오늘 업데이트된 거 있나. UI 바뀐 거 있나. 없다. 그래도 다 확인한다. App Store 새로운 앱 카테고리 들어간다. 앱 하나씩 스크린샷 본다. 다운은 안 한다. 스크린샷만 본다. 이 온보딩 플로우 괜찮네. 저 컬러 시스템 예쁘네. 스크린샷 저장한다. 폴더에 넣는다. 못 쓴다. 남자친구한테 카톡 왔다. "자?" 답장 안 했다. Dribbble 보고 있었다. 이 shot 좋아요 3천 개네. 왜지. 별로인데. 댓글 읽었다. 다들 좋다고 한다. 내 감각이 이상한가. 불안했다. 새벽 1시. 아직도 안 잔다. 피그마 커뮤니티 파일 다운받는다. 다른 디자이너 작업물 뜯어본다. 이 사람은 컴포넌트를 이렇게 만들었네. 나랑 다르네. 내 방식이 틀렸나. 다시 불안했다. 이게 병인지 사랑인지 병원 갔다. 의사가 물었다. "어디 불편하세요?" 나는 대답했다. "저 뒤에 차트 UI가 너무 구식인 것 같은데요." 의사는 당황했다. 나도 당황했다. 디자이너 친구 만났다. 카페에서. 우리는 대화 안 했다. 각자 폰만 봤다. 가끔 폰 화면 보여줬다. "이거 봐. 이 UI." "오 좋은데." 다시 조용했다. 이게 우리 방식이다. 엄마가 전화했다. "요즘 어때?" "좋아요." "일은?" "재밌어요." 거짓말 아니다. 진짜 재밌다. 힘들지만 재밌다. 이상하지만 재밌다. 퇴근길이다. 지하철 탔다. 광고판 본다. 이번 달 신상 광고네. 레이아웃이 지난달보다 좋아졌다. 누가 새로 들어왔나. 궁금하다. 검색한다. 링크드인 뒤진다. 찾았다. 경력 6년차네. 나랑 같다. 집 도착했다. 현관문 열었다. 불 켰다. 냉장고 열었다. 물 마셨다. 침대에 누웠다. 폰 켰다. 피그마 열었다. 내일 할 작업 미리 본다. 이 컴포넌트 수정해야지. 저 컬러 토큰 정리해야지. 잠은 나중에. 이게 내 삶이다 직업병이다. 맞다. 근데 이게 싫지는 않다. 가끔은 힘들다. 쉬고 싶다. 그냥 앱 쓰고 싶다. 분석 말고. 근데 안 된다. 눈이 자동으로 본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너 일 그만하고 싶지 않아?" 생각해봤다. "글쎄. 잘 모르겠어." 진심이었다. 이게 일인지 취미인지 모르겠다. 디자인 보는 게 좋다. 좋은 UI 보면 기분이 좋다. 나쁜 UI 보면 고치고 싶다. 이게 내 본능이다. 이게 내 저주다. 이게 내 축복이다. 지금도 이 글 쓰면서 노션 UI 본다. 이 텍스트 에디터 UX가 왜 이렇게 좋지. 단축키 조합이 직관적이다.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이 깔끔하다. 글 내용은 나중에 생각한다. 내일도 출근한다. 피그마 켠다. 디자인한다. 퇴근한다. 다른 앱 켠다. 또 분석한다. 이게 내 루틴이다. 이게 내 삶이다.쉴 수 없는 눈. 디자이너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