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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중 화면 공유하면서 실시간 수정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회의 중 화면 공유하면서 실시간 수정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또 시작이다 회의실 들어갔다. 노트북 열었다. HDMI 꽂았다. 피그마 켜졌다. "아, 디자이너님 화면 공유 부탁드려요."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알았다. 오늘도 실시간 수정의 날이다.회의 안건은 '메인 화면 개편안 공유'였다. 공유만. 그런데 회의실 문 닫히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여기 이 버튼 색상이요..." 시작됐다. 2초의 선택 화면 공유 상태에서 피드백 받는 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 "네, 회의 끝나고 반영해서 다시 공유드릴게요." 둘. "아, 이렇게요?" 하면서 바로 Cmd+D로 복사하고 색상 바꾸기. 나는 항상 둘을 선택한다. 왜냐면 하나를 선택하면 회의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일단 보고 싶은데요." 이 말이 나온다. 결국 둘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2초 만에 판단한다. 이거 바로 고칠 수 있나 없나. 버튼 색상 변경: 가능. 5초. 텍스트 수정: 가능. 3초. 레이아웃 변경: 불가능. 20분. 컴포넌트 구조 변경: 불가능. 3일.가능한 건 바로 한다. 불가능한 건 "이건 구조적으로 수정이 필요해서 시간이 좀 필요해요" 라고 말한다. 근데 문제는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에 있는 것들이다. 애매한 것들 "이 카드 간격이 좀 더 넓었으면 좋겠어요." 간격. Padding 값 하나 바꾸면 끝이다. 8px을 12px로. 가능하다. 근데 카드가 Auto Layout으로 묶여 있고, 그 안에 텍스트랑 이미지가 있고, 반응형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바꾸는 건 3초인데 확인하는 건 5분이다. 회의실에서 5분은 영원이다. "음... 잠깐만요." 하면서 간격 바꾼다. 화면에 바로 반영된다. 모두가 본다. "아 이게 더 낫네요." 다행이다. 괜찮게 나왔다. 근데 가끔은. "음... 아닌 것 같은데." Cmd+Z를 누른다. 다들 보는 앞에서. 이 순간이 제일 민망하다. 실시간의 양면 피그마 실시간 협업은 마법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커서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수정이 바로 반영된다. 근데 회의실에서는 이게 독이 된다. 다들 내 커서를 본다. 내가 뭘 클릭하는지 본다. 어디를 망설이는지 본다. "아 거기 아니고 위에 거요." 알아. 지금 찾고 있어. 레이어가 127개야. 화면 공유 상태에서 레이어 패널 스크롤하는 건 공개 처형이다. 얼마나 정리 안 했는지 다 보인다. "레이어 이름 좀..." 이라고 말하는 개발자 목소리가 들린다. 미안해. Rectangle 347까지 있어. 나도 알아.그래도 실시간 수정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회의 시간이 반으로 준다. "이렇게 해주시고, 저렇게 해주시고, 그렇게 해주세요" 리스트 받아서 나중에 하면 2시간 걸린다. 작업 1시간, 다시 공유하고 피드백 받는 데 1시간. 회의실에서 바로 하면 30분이다. 끝나면 다음 안건으로 넘어간다. 효율적이다. 프로페셔널하다. 근데 즉흥적이다. 즉흥과 전문성 사이 디자인은 생각이 필요하다. 여백을 12px로 할지 16px로 할지는 그냥 정하는 게 아니다. 토큰 시스템 확인한다. 다른 화면이랑 일관성 맞춘다. 모바일 반응형 체크한다. 이 과정이 필요하다. 근데 회의실에서는 시간이 없다. "음... 16으로 할게요." 왜요? 라고 물으면 대답은 "더 나아 보여서요." 전문가답지 않다. 감으로 하는 것 같다. 실제로 감으로 한다. 6년 차 감이지만.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와서 다시 본다. 16이 맞나. 토큰 확인한다. Spacing-md가 16이다. 맞다. 다행이다. 가끔은 틀리다. 그럼 다시 고친다. 슬랙으로 "수정했어요" 보낸다. "아까 회의에서 확인했는데요?" 미안. 아까는 틀렸어. 관객 앞의 작업 화면 공유하고 디자인하는 건 관객 앞에서 그림 그리는 것과 같다. 보통은 작업실에서 혼자 한다. 망쳐도 Cmd+Z 누르면 된다. 아무도 모른다. 근데 회의실에서는 다르다. 실수하면 다 본다. "아 실수하셨네요" 라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알아. 나도 봤어. 그래도 침착해야 한다. 당황하면 안 된다. 프로니까. "네, 수정했습니다." 담담하게 말한다. 속으로는 심장이 뛴다. 제일 무서운 건 버벅이는 거다. "이 컴포넌트가 어디 있더라..." 레이어 패널 스크롤한다. 없다. 검색한다. 오타 났다. 다시 검색한다. 찾았다. 이 과정이 30초. 회의실에서 30초는 30분처럼 느껴진다. "아, 찾으시는 동안 다른 안건 먼저 볼까요?" 차라리 그게 낫다. 학습된 즉흥성 처음에는 무서웠다. 실시간 수정 요청 오면 "나중에 해올게요" 했다. 근데 3년 차쯤 되니까 달라졌다. 피그마 단축키가 손에 익었다. Cmd+D, Cmd+G, Cmd+Shift+K. 생각 없이 나간다. 컴포넌트 구조가 머릿속에 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안다. 찾는 데 3초. 토큰 시스템이 체화됐다. 8, 12, 16, 24. 고민 없이 선택한다. 즉흥적으로 하는데 전문적이다. 이상하다. 근데 이게 시니어의 영역인 것 같다. 주니어는 시간 필요하다. 생각하고 확인하고 수정한다. 시니어는 바로 한다. 생각과 확인이 동시에 일어난다. 회의실에서 실시간 수정하는 건 시니어의 특권이자 의무다. 가끔 후회한다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온다. 방금 수정한 거 다시 본다. "아... 이거 아닌데." 회의실에서는 괜찮아 보였다. 큰 화면에 띄우니까. 다들 보니까. 근데 실제 사이즈로 보니까 이상하다. 버튼이 너무 크다. 여백이 어색하다. 컬러가 안 맞다. 다시 고친다. 아까 회의에서 확인받은 건데. 슬랙 보낸다. "한 번 더 수정했어요." "또요?" 미안. 근데 이게 맞는 거다. 아까 건 틀렸어. 가끔 생각한다. 회의에서 실시간 수정 안 하고 "나중에 반영할게요" 하는 게 나을까. 그러면 혼자 천천히 작업할 수 있다. 여러 옵션 만들어본다. 토큰 제대로 확인한다. 근데 시간이 두 배 걸린다. 회의도 길어진다. 결정도 느려진다. 빠른 게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즉흥성이 필요하다. 완벽함보다 속도. 나중에 고치면 된다. 디자인은 원래 반복이다. 개발자의 시선 회의 끝나고 개발자가 말한다. "디자이너님 피그마 되게 빠르시네요." 칭찬인가 싶다. "근데 저희는 그렇게 빠르게 못 만들어요." 현실이다. 내가 5초 만에 수정하는 거, 개발자는 30분 걸린다. CSS 수정하고 커밋하고 배포하고. "회의에서 쉽게 바꾸시니까 쉬운 줄 아세요, 대표님이." 미안해. 그건 의도가 아니었어. 실시간 수정의 부작용이다. 디자인이 쉬워 보인다. 금방 바뀌니까. 개발도 그렇게 쉬운 줄 안다. "그냥 색상만 바꾸면 되잖아요." 안 돼. 변수 찾아야 하고 빌드해야 하고 테스트해야 해. 요즘은 조심한다. 회의에서 실시간 수정하기 전에 말한다. "이건 디자인상으로만 바꿔볼게요. 개발 공수는 따로 확인 필요해요." 선 긋기. 피그마 수정과 실제 구현은 다르다는 거. 대표님이 말한다. "왜요? 금방 되는 거 아니에요?" 안 돼. 설명한다. 3분. 이해한다. 아니, 이해하는 척한다. 다음 회의 때 또 묻는다. 줄타기의 기술 회의실 실시간 수정은 줄타기다. 너무 빨리 하면: 디자인이 쉬워 보인다. 막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성 의심받는다. 너무 느리면: 답답해한다. "이거 하나 바꾸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적당히 빠르게, 적당히 신중하게. 바꾸면서 설명한다. "여기 여백을 늘리면 시각적 위계가 명확해지는데, 토큰 시스템상 16이 적절해 보입니다." 전문 용어 살짝 섞는다. 시각적 위계. 토큰 시스템. 일관성. 그러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근데 너무 많이 쓰면 잘난 척으로 보인다. 밸런스. 결국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바로 고쳐야 할 것: 간단한 것. 5초 안에 끝나는 것. 색상, 텍스트, 간격. 나중에 고칠 것: 복잡한 것. 구조 변경. 컴포넌트 수정. 반응형. 회의에서는 빠른 것만 한다. 나머지는 "검토 후 반영할게요." 이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근데 가끔 경계가 모호하다. 그럴 땐 일단 해본다. 5초 지나면 멈춘다. "이건 시간 필요해요." 5초 룰. 내가 만든 규칙이다. 그래도 계속한다 실시간 수정의 문제는 많다. 즉흥적이다. 실수한다. 나중에 후회한다. 개발자 힘들게 한다. 디자인이 쉬워 보인다. 근데도 계속한다. 왜냐면 이게 협업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혼자 완벽하게 만들어서 던져주는 게 아니다. 같이 보면서 만든다. 기획자가 말한다. "이 텍스트가 좀 더 강조됐으면 좋겠어요." 바로 Bold 적용한다. "이렇게요?" "오 좋은데요." 대화다. 캐치볼이다. 나중에 혼자 수정해서 공유하면 캐치볼이 아니다. 일방적 전달이다. 회의실 실시간 수정은 비효율적이지만 협업적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함께 만든다. 그게 스타트업이고, 그게 내가 배운 방식이다. 익숙해진다 이제는 자연스럽다. 회의 들어가면 노트북 열고 피그마 켠다. 화면 공유 준비한다. "디자이너님 화면 공유 부탁드려요." "네." 바로 켠다. 피드백 나온다. 바로 수정한다. 레이어 찾는다. 3초. 컴포넌트 수정한다. 5초. "오 괜찮은데요." "감사합니다." 다음 피드백. 리듬이 생긴다. 회의가 빨라진다. 30분 안건이 15분에 끝난다. 모두가 좋아한다. 효율적이다. 나도 좋아한다. 익숙하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이게 맞는 방식일까. 디자이너는 원래 이렇게 일하는 걸까. 모르겠다. 정답은 없다. 회사마다 다르다. 팀마다 다르다. 우리 팀은 이렇게 한다. 빠르게 함께.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나아간다. 실시간 수정하면서 배운다. 어떤 게 빨리 되고 어떤 게 시간 걸리는지. 6년 차가 되니까 안다. 경계선이 어디인지. 그 선 위에서 줄을 탄다. 때로는 떨어진다. 다시 올라간다.회의 끝났다. 노트북 닫는다. 바뀐 게 17군데다. 나중에 다시 봐야겠다. 일단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