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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피그마 파일명을 어떻게 정할지로 5분을 고민한 너에게

피그마 파일명을 어떻게 정할지로 5분을 고민한 너에게

파일명 하나에 5분 새 파일 만들었다. 커서가 깜빡인다. "Design_System_v1" 지웠다. "DS_Component_Library" 이것도 아니다. "Component_Library_2024" 연도를 붙이는 게 맞나. "UI_Kit_Final" Final은 거짓말이다. Final_v2가 나온다. 시계를 봤다. 5분 지났다. 파일명 하나에.동료는 "작업파일123" 이런 식으로 저장한다. 부럽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폴더 구조도 마찬가지다. /Project /Design /Archive /Component /Research /Wireframe이렇게 만들어놨다가, /Project /01_Research /02_Wireframe /03_Design /04_Archive번호 매기는 게 낫나 싶어서 다시 만든다. 파일 이동하는 데 10분. 아무도 안 본다. 나만 본다. 회의 시작 5분 전에 이걸 하고 있다. 개발자는 "아무거나 보내주세요" 했는데.레이어명도. "Rectangle 47"을 그냥 둘 수 없다. "Button/Primary/Default/Background"로 바꾼다. 컴포넌트 이름은 더하다. "Button_Primary" "Btn_Primary" "Primary_Button" "btn/primary" 네이밍 컨벤션 문서를 만들었다. 나 혼자 지킨다. 이게 강박인 건 안다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근데 불편하긴 하다. 친구는 말했다. "그냥 대충 해. 나중에 바꾸면 되잖아." 맞다. 근데 못 한다. 처음부터 제대로 하고 싶다. 나중에 바꾸면 시간 두 배 걸린다는 걸 안다. 그래서 지금 5분을 쓴다. 나중의 10분을 아끼려고.근데 진짜로 10분이 아껴지나. 잘 모르겠다. 파일 찾는 시간은 줄었다. 대신 파일명 짓는 시간이 늘었다. 트레이드오프다. 동료의 파일을 열었을 때 "최종최종진짜최종.fig" 웃겼다. 근데 부러웠다. 고민 없이 저장했을 것이다. 3초 걸렸을 것이다. 내 파일명. "Component_Library_Design_System_v2.3_240315_updated.fig" 누가 봐도 병이다. 개발자가 말했다. "파일명 길어서 터미널에서 잘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못 고친다. 다음 파일명. "Component_Library_DS_v2.4_240316.fig" 0.1 줄었다. 성장했다. 이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은 것에 신경 쓰는 게. 픽셀 하나에 집착하는 것. 컬러 코드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맞추는 것. 8pt 그리드에서 1px도 안 벗어나려는 것. 이게 디자이너의 미덕 아닌가. 대표는 모른다. 기획자도 모른다. 개발자도 관심 없다. 근데 나는 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하다. 프로젝트 끝나고. 6개월 후에 파일 다시 열었다. "Component_Library_DS_v2.4_240316.fig" 뭐 하던 파일인지 바로 알았다. 버전이 뭔지도 알았다. 날짜도 있었다. 5분이 아깝지 않았다. 동료 파일. "ㅁㄴㅇㄹ.fig" 뭔지 모른다. 열어봐야 안다. 결국 내가 이긴 거다. 승리의 5분이었다. 근데 가끔은 너무 피곤하다. 파일명 하나에 왜 이렇게 고민하나. 컴포넌트명 하나에 왜 이렇게 생각하나. 그냥 "버튼1" 하면 안 되나. 안 된다. 못 한다. 이게 나다. 오늘도 새 파일 만들었다. 커서가 깜박인다. "Design_System_2024" 아니다. "DS_Component_2024" 이것도 아니다. 3분 지났다. 성장했다. 2분 줄었다. 결국 이런 거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파일명도 디자인의 일부다. 레이어 구조도 디자인의 일부다. 폴더 정리도 디자인의 일부다. 보이는 것만 디자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도 디자인이다. 동료가 내 파일 열어봤다. "와, 정리 진짜 잘했네요." 이 한마디에 5분이 보상된다. 개발자가 말했다. "컴포넌트명이 명확해서 좋아요." 이 한마디에 10분이 보상된다. 대표는 모른다. 기획자도 모른다. 근데 같이 일하는 사람은 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하다. 타협점을 찾았다 5분은 쓴다. 10분은 안 쓴다. 파일명은 고민한다. 레이어명은 적당히 한다. "Rectangle 47"은 놔둔다. 숨겨진 레이어니까. "Button/Primary"는 바꾼다. 자주 쓰는 컴포넌트니까. 완벽함과 효율의 균형. 이게 프로다. 처음엔 못 찾았다. 6년 차가 되니까 보인다. 어떤 건 신경 써야 하고. 어떤 건 놔둬도 된다. 오늘도 새 파일 "Component_Library_v3.fig" 2분 걸렸다. 만족한다. 개발자한테 보냈다. "파일명 괜찮죠?" "네, 좋아요." 이걸로 됐다. 내일도 5분 쓸 것이다. 파일명 고민하는 데. 근데 이제 안 미안하다. 이게 나니까. 작은 것에 정성 들이는 거. 나쁜 습관 아니다. 디자이너의 자존심이다.파일명 하나에 5분 쓰는 너, 이상한 거 아니다. 그게 디테일이다.

Framer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개발자가 '이건 안 된다'고 할 때

Framer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개발자가 '이건 안 된다'고 할 때

금요일 오후 3시, 핸드오프 미팅 Framer에서 3일 동안 만든 프로토타입이다. 스크롤에 따라 헤더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카드가 부드럽게 스택되면서 올라온다. 제스처 기반 스와이프로 다음 화면 전환. 60fps로 돌아간다. 완벽하다. "이거 봐봐. 이렇게 자연스럽게." 개발자 준호가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본다. 5초 동안 아무 말 없이 본다. 나쁜 징조다. "디자님, 이거...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심장이 철렁한다. "어려운 게 아니라 안 되는 거예요?" "안 되는 건 아닌데, 시간이..." 시간. 항상 시간이다. 스프린트는 2주 남았고, 백엔드 API도 아직이고, 다른 화면 5개가 더 남았다고 한다. 저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하나 구현하려면 일주일은 걸린다고.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일단 헤더는 그냥 fixed로 고정하고, 카드 애니메이션은 빼고, 화면 전환은 기본 transition으로..." 내가 3일 동안 만든 게 30초 만에 무너진다.Framer가 준 착각 Framer는 마약이다. 좋은 의미로. 스크롤 이벤트 연결하는 데 5분. 제스처 인식 3분. 스프링 애니메이션 커브 조정 2분. 뭐든지 된다. 마치 내가 프론트엔드 개발을 정복한 것 같은 착각. "이 정도면 개발도 쉽지 않을까?" 아니다. 전혀 아니다. Framer는 프로토타이핑 툴이다. 실제 프로덕션 코드가 아니다. 저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뒤에는 최적화되지 않은 리소스가 수십 개 돌아간다. 실제 앱에서 저렇게 구현하면 배터리가 2시간 만에 죽는다. 준호가 설명해줬다. "디자님이 만든 저 프로토타입, 지금 RAM 800MB 먹고 있어요. 우리 앱 전체가 100MB 목표인데." 현타가 온다. "그럼 Framer로 만드는 게 의미가 없는 거야?" "아니요, 방향성 보여주는 건 좋은데... 그걸 그대로 구현할 거라고 기대하시면 안 돼요." 기대하시면 안 된다. 이 문장이 가슴에 꽂힌다. 가능성과 현실 사이 문제는 내가 Framer에서 본 게 "가능성"이고, 개발자가 보는 건 "현실"이라는 거다. 내가 본 것:사용자가 느낄 경험 브랜드가 전달할 감성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인터랙션 앱스토어 리뷰에 "UI 예쁘다"는 댓글개발자가 본 것:프레임 드롭 가능성 크로스 브라우징 이슈 성능 최적화 난이도 유지보수 복잡도 일정 지연 리스크둘 다 틀리지 않았다. 그게 더 화난다.월요일, 타협안 찾기 주말 내내 생각했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지킬 건 지켜야 한다. 준호한테 메시지 보냈다. "준호님, 제가 좀 더 공부해볼게요. 근데 질문 좀 해도 돼요?" 30분 뒤 답장. "당연하죠. 통화할까요?" 통화했다. 1시간 동안 했다. 내가 물었다. "헤더 애니메이션이 제일 중요한데, 이건 어떻게든 살릴 수 없어요?" 준호가 대안을 줬다. "transform 속성만 쓰면 돼요. 그럼 GPU 가속 받아서 부드러워요. 다만 디자인을 조금 단순하게..." "카드 스택 애니메이션은요?" "그건 라이브러리 쓰면 돼요. React Spring. 비슷하게 나올 거예요. 100% 똑같진 않지만." "스와이프 제스처는?" "이건 진짜 시간 걸려요. 다음 스프린트로 미뤄도 될까요?" 미룬다. 좋다. 전부 포기하는 것보단 낫다. 우선순위 정하는 법 이제 안다. Framer 프로토타입 만들 때부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내 기준:브랜드 정체성 - 이건 못 버림 핵심 사용자 경험 - 이것도 못 버림 디테일한 인터랙션 - 여기서부터 협상 가능 장식적 애니메이션 - 과감히 버림헤더 애니메이션은 1번이다. 우리 앱의 아이덴티티다. 경쟁사는 다 고정 헤더다. 우리만 다르다. 이건 지킨다. 카드 전환은 2번이다. 사용자가 계속 보는 부분이다. 조금 단순해져도 부드러워야 한다. 스와이프 제스처는 3번이다. 있으면 좋지만, 버튼으로도 된다. 배경 파티클 효과는 4번이다. 예쁘지만, 없어도 된다. 준호가 "이거 Canvas 써야 되는데..." 하는 순간 바로 뺐다.개발자와 친해지는 게 답이다 3개월 전만 해도 핸드오프 미팅이 전쟁터였다. "이거 왜 이렇게 만드셨어요?" "디자인이 그런데요."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요?" "그건 개발자가 알아서..." 둘 다 방어적이었다. 서로 영역 침범당할까봐. 지금은 다르다. 준호랑 일주일에 한 번씩 30분 커피 챗을 한다. 디자인 얘기도 하고, 개발 얘기도 듣는다. 준호가 알려준 것들:CSS transform이 왜 빠른지 리플로우가 뭔지 React 컴포넌트 라이프사이클 번들 사이즈가 왜 중요한지내가 알려준 것들:8pt 그리드가 왜 필요한지 디자인 시스템이 개발에도 이득인 이유 피그마 컴포넌트 구조가 React랑 비슷한 점 사용자 테스트에서 나온 피드백이제 서로 언어를 안다. 내가 "이 애니메이션 GPU 가속 되게 만들 수 있어?"라고 물으면, 준호가 "네, transform 쓰면 돼요"라고 바로 답한다. 준호가 "이 컴포넌트 재사용 가능하게 만들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하면, 내가 "Variant 파서 Props 넘길 수 있게 해줄까?"라고 답한다. 통역이 필요 없어졌다. 현실적 프로토타입 만들기 이제 Framer 쓰는 방식이 바뀌었다. 예전: 최대한 화려하게. 모든 인터랙션 다 넣기. 개발자가 알아서 하겠지. 지금: 구현 가능한 선에서. 우선순위 명확하게. 개발자랑 미리 논의. 새로운 프로세스:러프 프로토타입 만들기 (1일) 준호한테 15분 퀵 리뷰 (기술적 제약 확인) 수정해서 디테일 프로토타입 (1일) 다시 30분 미팅 (구현 방법 논의) 최종 정리해서 핸드오프2단계에서 준호가 말한다. "이 부분은 쉬워요. 30분이면 돼요." "여기는 라이브러리 써야 해요. 하루 정도요." "이건... 진짜 어려운데, 꼭 필요해요?" 그럼 나도 판단한다. 꼭 필요한가? 다른 방법은? 다음 버전으로 미룰 수 있나? 시간이 더 걸리긴 한다. 하지만 결과물이 실제로 나온다. 예전엔 프로토타입만 예뻤다. 실제 앱은 달랐다. 지금은 80% 비슷하다. 나머지 20%는 타협이다. 타협은 패배가 아니다 디자이너로서 제일 싫은 단어가 "타협"이었다. "타협하면 디자인이 망가진다." "타협은 프로답지 않다." "애플은 타협 안 한다." 거짓말이다. 애플도 타협한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타협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거다. 무한한 시간, 무한한 인력, 무한한 예산은 없다. 스타트업은 특히. 좋은 타협:핵심은 지키고 디테일을 양보 지금 버전에선 포기, 다음 버전에 추가 다른 방법으로 비슷한 효과나쁜 타협:브랜드 정체성 포기 사용자 경험 해치는 결정 그냥 귀찮아서 대충준호가 "카드 애니메이션 빼요"라고 했을 때, 나는 "그럼 Fade 트랜지션이라도 넣자"고 했다. 완전히 없애는 것보단 낫다. 준호도 동의했다. 10분이면 된다고. 결과: 내 프로토타입보단 덜 화려하다. 하지만 앱이 빠르고, 일정도 맞췄고, 사용자는 만족한다. 앱스토어 리뷰에 "속도 빠르네요" 댓글 달렸다. 타협했지만 이겼다. 다음 프로젝트는 다르게 다음 주부터 새 프로젝트다. 온보딩 플로우 리디자인. 이번엔 처음부터 다르게 한다. 1단계: 와이어프레임 (피그마) 2단계: 준호랑 30분 브레인스토밍 3단계: 프로토타입 (Framer, 단 구현 가능한 것만) 4단계: 주간 체크인 (진행 상황 공유) 5단계: 핸드오프 (서프라이즈 없음) 준호가 말했다. "이번엔 좀 더 여유 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유. 좋은 단어다.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 예전 생각: 디자이너는 예쁘게만 만들면 된다. 구현은 개발자 몫. 지금 생각: 디자이너는 구현 가능한 아름다움을 만든다. 개발자와 함께. 역할이 바뀌는 게 아니다. 확장되는 거다. 여전히 해야 할 것:사용자 리서치 인터페이스 디자인 비주얼 아이덴티티 프로토타이핑추가로 하는 것:기술적 제약 이해 개발자와 협업 언어 우선순위 판단 현실적 일정 감각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더 재밌다. 준호가 "디자님, 이번 건 정말 잘 나올 것 같아요"라고 할 때, 그게 제일 좋다. 개발자가 기대한다는 건, 실제로 나온다는 뜻이다. Framer 프로토타입은 여전히 예쁘다. 하지만 이제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실제 앱도 예쁘다. 조금 덜 화려할 뿐. 하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존재하는 디자인이 상상 속 완벽함보다 낫다.금요일 6시. 준호가 슬랙 메시지 보냈다. "디자님, 헤더 애니메이션 구현 끝났어요. 확인해보세요." 앱 켰다. 부드럽다. 내 프로토타입이랑 거의 똑같다. 심장이 뛴다. "준호님 천재" 라고 답장 보냈다. 준호가 웃는 이모지 보냈다. 이게 협업이다.

컬러 코드 #000000은 너무 강해요, 라고 말했을 때 개발자의 표정

컬러 코드 #000000은 너무 강해요, 라고 말했을 때 개발자의 표정

컬러 코드 #000000은 너무 강해요, 라고 말했을 때 개발자의 표정 어제 개발팀 핸드오프 미팅이었다. 새로 만든 디자인 시스템 컬러 토큰 설명하는 자리. 준비 많이 했다. 피그마에 토큰 정리도 깔끔하게 해놨고. "이번에 Primary Text는 #000000 대신 #1A1A1A로 갈게요." 민수씨가 물었다. "왜요? 검은색이면 000000 아닌가요?" 심호흡. "000000은... 너무 강해서요. 눈이 피곤하거든요." 그때 그 표정. 지금도 생각나면 웃긴다.검은색이 검은색이 아니라니 디자이너 아닌 사람한테 설명하기 제일 어려운 게 이거다. 순수한 검은색은 사실 잘 안 쓴다는 것. 자연에 순수한 검은색은 없다. 그림자도, 밤하늘도, 검은 머리카락도. 다 조금씩 컬러가 섞여있다. #000000을 쓰면 화면이 딱딱해 보인다. 특히 흰 배경 위에 올리면 대비가 너무 강해서 눈이 아프다. 그래서 살짝 밝게 조정한다. #1A1A1A, #2D2D2D, #333333 이런 식으로. 근데 이걸 말로 설명하면. "그게 그거 아닌가요?" 아니다. 전혀 그거가 아니다. 민수씨가 다시 물었다. "그럼 1A1A1A가 뭔데요?" "음... 약간 회색이 섞인 검은색이요." "그럼 회색이네요?" "아니요, 검은색이에요. 근데 좀 부드러운." 이 대화가 5분 계속됐다.개발자는 틀리지 않았다 사실 민수씨 말도 맞다. RGB 값으로 보면 #000000이 가장 검은색이다. 26, 26, 26이랑 0, 0, 0이랑 차이가 뭐냐고 물으면. 숫자로는 26의 차이다. 근데 눈으로 보면 다르다. 느낌이 다르다. 분위기가 다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민수씨, 이거 한번 봐보세요." 피그마 화면 공유했다. 좌우로 배경 두 개 놓고. 하나는 #FFFFFF에 #000000 텍스트. 하나는 #FFFFFF에 #1A1A1A 텍스트. "이거랑 이거 느낌이 다르지 않아요?" 민수씨가 한참 봤다. "음... 살짝?" "그렇죠! 살짝!" 승리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근데 이거 구현할 때 color-neutral-900 이렇게 변수로 쓰면 되는 거죠?" "네... 근데 한 가지만 더요. 다크모드에서는 이게 또 달라요." 민수씨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번역의 기술 지금은 좀 나아졌다. 디자이너 6년 차면 개발자 언어로 번역하는 법을 배운다. "이 컬러는 접근성 기준 AA를 만족해요." 이렇게 말하면 민수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숫자가 나오면 안심하는 것 같다. "000000은 명도 0%인데, 1A1A1A는 10%예요." 이것도 먹힌다. 퍼센트는 마법이다. "구글 머티리얼도 #212121을 쓰거든요." 이건 결정타다. 구글이 하면 다들 납득한다. 근데 가끔은 숫자로 설명 안 되는 게 있다. "이게 더 세련돼 보여요." "이게 브랜드 톤이랑 맞아요." "이게 그냥... 더 좋아요." 이럴 땐 그냥 솔직하게 말한다. "저를 믿어주세요. 제 전문 영역이에요." 다행히 우리 팀 개발자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같은 언어를 찾아가는 시간 작년에 신입 개발자가 들어왔다. 첫 협업 때 내가 말했다. "버튼 라운드를 8px에서 12px로 올릴게요." 그 친구가 바로 이해했다. "border-radius: 12px 이렇게요?" 감동했다. 요즘 개발자들은 디자인 용어를 안다. CSS를 알면 대화가 쉽다. 반대로 나도 배웠다. 개발 제약을 이해하는 것. "이 그라데이션 너무 예쁜데, 구현 어려우시면 단색으로 갈게요." "애니메이션 들어가면 성능 이슈 있죠? 줄일게요." "이거 컴포넌트로 만들어놓으면 재사용 쉬우시죠?" 이렇게 말하면 개발자들 표정이 밝아진다. 협업은 결국 번역이다. 내 언어를 상대 언어로. 감각을 논리로. 느낌을 숫자로. 완벽하게 번역되진 않는다. 뉘앙스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게 일이다. 여전히 어려운 순간들 그래도 가끔은 막막하다. 대표님이 "이거 좀 더 임팩트 있게" 하실 때. 임팩트를 수치화할 수 없다. 마케터가 "더 럭셔리한 느낌으로" 요청할 때. 럭셔리의 RGB 값은 없다. 기획자가 "감각적으로 해주세요" 할 때. 감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럴 땐 레퍼런스를 찾는다. "이런 느낌 말씀하시는 거죠?" 이미지로 보여주는 게 백 마디 말보다 낫다. 그리고 여러 버전을 만든다. A안, B안, C안. "어느 게 가장 임팩트 있어 보이세요?" 객관식으로 만들면 대화가 쉬워진다. #1A1A1A의 승리 그 미팅 이후로 3주 지났다. 어제 민수씨가 슬랙 DM 보냈다. "최디자님, 이번에 작업하면서 느낀 건데요." "1A1A1A가 진짜 더 부드럽네요." "다른 앱들도 보니까 다 순수한 검은색 안 쓰더라고요." 읽고 웃었다. 답장했다. "그쵸? ㅎㅎ 이제 보이시죠?" "다음엔 그림자 blur 값도 설명해드릴게요." 민수씨가 이모지 하나 보냈다. 😱 미안 민수씨. 디자인의 세계는 깊다. 하지만 고마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내 말을 들어주는 게. 그게 협업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오늘 기획팀 미팅이 있다. 새로운 기능 UI 설명하는 자리. 준비는 다 했다. 피그마 프로토타입도 만들어놨고. 인터랙션도 넣어놨고. 분명히 누가 물어볼 것이다. "이 버튼 색깔은 왜 이래요?" 그럼 나는 심호흡하고 대답할 것이다. 숫자로, 레퍼런스로, 때로는 감각으로. 완벽하게 전달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가까워지면 된다. 서로의 언어를. 서로의 세계를. 그게 디자이너의 일이니까.#000000과 #1A1A1A의 차이를 이해시키는 데 5분, 신뢰를 쌓는 데 6년.

밤 11시, 드디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의 쾌감

밤 11시, 드디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의 쾌감

밤 11시의 마법 회사에서는 못 만든다. 저 디자인. 오늘도 회사에서 8시간 동안 피그마를 켰다. 아무것도 안 만들었다. 미팅 3개, 피드백 수정 7건, 슬랙 메시지 42개. 디자인한 시간은 실제로 1시간 반. 그러다 밤 11시가 되면 달라진다. 샤워하고 머리 말리다가 갑자기 오늘 못 풀었던 메인 화면 레이아웃이 떠올랐다. 맥북 켰다. 피그마 켰다. 시작했다.지금은 아무도 메시지 안 보낸다. 개발자도 잔다. 기획자도 잔다. 대표님은 당연히 잔다. 나만 깨어있다. 이때가 제일 좋다. 회사의 8시간 vs 집의 2시간 회사에서 8시간 동안 만든 것: 배너 3개, 버튼 컬러 수정 5번, 아이콘 정렬. 집에서 2시간 동안 만든 것: 완전히 새로운 온보딩 플로우 3개 화면, 인터랙션 프로토타입까지. 왜 이러는 걸까. 회사에선 시작하면 누가 부른다. "최디자님 잠깐만요." 집중하면 슬랙이 운다. "급한데요." 몰입하려는 순간 회의 알람. "5분 후 회의실 A." 집에선 아무도 안 부른다. 남자친구도 자기 방에서 코딩한다. 방해 안 한다. 우리 룰이다.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각자 몰입 시간.이 시간에는 시도할 수 있다. 회사에선 못 하는 시도. 기획서에 없는 레이아웃. 요구사항 밖의 인터랙션. 대표님이 싫어할 만한 색상. 실패해도 된다. 아무도 안 본다. Cmd+Z 누르면 된다. 다시 하면 된다. 회사의 디자인은 타협의 결과물이다. 기획 + 개발 가능성 + 일정 + 대표님 취향. 이것들의 교집합. 밤의 디자인은 순수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창의성은 여유에서 나온다 오전 10시. 메인 화면 디자인하라는 지라 티켓. "일단 레퍼런스부터 봐야지." Pinterest 켰다. 30분 지나갔다. "어 이거 괜찮네." 저장했다. 다시 30분. 기획자가 슬랙 보냈다. "저 확인 좀요." 기획서 읽었다. 요구사항 10개. 우선순위 없음. 전부 중요. "이거 화면에 다 넣으라고?" 물었다. "네 다 필요해요." 답왔다. 답답하다. 여백이 없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밤 11시. 똑같은 화면. 레퍼런스 안 본다. 머릿속에 이미 있다. 낮에 본 것들이 숙성됐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 바로 시작한다. 프레임 만들고, 컴포넌트 배치하고, 타이포 조정하고. 손이 생각보다 빠르다. 막힘이 없다. 30분 만에 첫 시안 완성. 회사에서 3시간 걸릴 일. 차이가 뭘까. 여유다. 정신적 여유. 시간적 여유. "누가 볼까" 하는 불안 없는 여유. 창의성은 압박 속에서 안 나온다. 이건 회사가 모르는 진실. 경계에서 흐르는 영감 일과 삶의 경계. 나는 여기서 산다. 회사는 일이다. 돈 받고 하는 일. 요구사항 채우는 일. 스펙 맞추는 일. 집은 삶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실험하는 일. 실패해도 되는 일. 그런데 묘하다. 이 둘이 섞일 때 제일 좋은 게 나온다. 회사에서 못 푼 문제를 집에서 푼다. 집에서 시도한 방식을 회사에서 쓴다. 경계에서 순환한다. 지난주에 회사에서 못 만든 대시보드가 있었다. "데이터 너무 많아요. 어떻게 정리하죠?" 기획자한테 물었다. "그게 디자이너가 할 일 아닌가요?" 돌아왔다. 하... 짜증났다. 그날 퇴근했다. 밤에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카테고리를 접으면? 아니면 탭으로? 아니면 아예 단계별로?" 다음날 새벽 1시. 갑자기 일어나서 노션에 적었다. "위계를 3단계로 나눈다. 중요도 순서로 배치. 나머지는 모달로." 그게 답이었다. 월요일 아침에 만들었다. 1시간 만에 완성. 기획자가 "오 이거 완전 좋은데요?" 했다. 밤에 풀렸던 거다. 일에서 벗어났을 때. 왜 밤인가 낮에는 남의 시선이 있다. "이거 괜찮을까?" "대표님 싫어하실까?" "개발자가 어렵다고 할까?" "트렌디한가?" "촌스럽진 않나?" 이런 생각들이 손을 묶는다. 밤에는 나만 있다. "나는 이게 좋다." 이 기준만 있다. 순수해진다. 그리고 밤은 조용하다. 낮의 소음이 없다. 차 소리, 사람 소리, 알림 소리. 전부 사라진다. 머릿속도 조용해진다. 낮에 쌓인 잡음이 가라앉는다. "빨리빨리", "급해요", "내일까지". 이런 단어들이 증발한다. 고요 속에서 선명해진다. 내가 진짜 만들고 싶었던 것. 이게 밤의 마법이다. 하지만 대가가 있다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2시간. 이 시간이 내 진짜 창작 시간이다. 여기서 포트폴리오 나온다. 여기서 사이드 프로젝트 나온다. 여기서 내 디자인 나온다. 그런데 다음날 출근은 9시 반이다. 잠은 6시간. 부족하다. 매일 부족하다. "그냥 일찍 자면 되잖아." 남자친구가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근데 안 된다. 밤 11시는 협상 불가능하다. 이 시간을 포기하면 나는 회사 일만 하는 사람이 된다. 누군가의 요구사항만 채우는 사람. 내 디자인 없는 디자이너. 그건 못 참는다. 그래서 매일 피곤하다. 매일 부족하다. 그래도 만족한다. 어제 밤에 만든 온보딩 화면을 아침에 다시 봤다. 좋았다. 회사에서 절대 못 만들 디자인. "이거 사이드 프로젝트에 쓸래." 저장했다. 언젠가 포트폴리오 될 거다. 이게 내 자산이다. 회사 업무는 회사 것. 밤의 작업은 내 것. 11시가 기다려진다 요즘은 퇴근길이 설렌다. "오늘 밤에 뭐 만들지?" 생각한다. 어제 Pinterest에서 본 레이아웃을 내 방식으로 해석해볼까. 아니면 계속 미뤄뒀던 디자인 시스템을 정리할까. 아니면 그냥 새로운 앱 아이디어를 스케치해볼까. 가능성이 열려있다. 제약이 없다. 회사 일은 정해져 있다. 오늘 할 일, 이번 주 할 일, 이번 분기 할 일. 로드맵에 다 박혀있다. 밤의 작업은 자유다. 하고 싶은 거 하면 된다. 누가 뭐래도 상관없다. 이 차이가 크다. "디자이너로 살고 있나,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나." 요즘 드는 생각.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다. 직책. 역할. 연봉 5500받는 사람. 밤 11시에는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사람. 후자가 되고 싶어서 이 일 시작했다. 전자만 하다 보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밤 11시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가 솔직히 모르겠다. 6년째 이렇게 산다. 회사 일 8시간, 내 일 2시간. 매일 반복. 지치긴 한다. 30살 되니까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새벽 1시에 자면 다음날 오전이 죽는다. "이러다 번아웃 온다." 친구가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안 하면 더 번아웃 올 것 같다. 내 디자인 안 하면 회사 일이 전부가 된다. "빨간색 더 빨갛게", "여기 2픽셀 내려주세요". 이것만 하다가 끝난다. 그건 더 무섭다. 차라리 피곤한 게 낫다. 피곤해도 만족스럽다. 어제 만든 거 보면 뿌듯하다. "내가 디자이너구나." 확인된다. 언젠가는 바뀔까. 회사 일이 내 일이 되는 날. 9 to 6 안에서 창의적일 수 있는 날. 그런 회사가 있을까. 있다면 가고 싶다. 근데 지금은 없다. 그래서 밤을 쓴다. 오늘도 11시 지금 11시 23분이다. 샤워했다. 머리 말렸다. 맥북 켰다. 피그마 켰다. 오늘은 회사에서 못 끝낸 아이콘 세트를 정리하려고 했다. 근데 방금 더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새로운 프로필 편집 화면을 만들면 어떨까." 회사 프로젝트랑 관계없다. 그냥 하고 싶다. 요즘 쓰는 앱들 프로필 화면이 다 비슷하다. 재미없다. 내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시작했다. 새 프레임. 320x700. 상단에 프로필 이미지. 아니다. 너무 뻔하다. 지웠다. 다시. 풀스크린 배경. 그라데이션. 그 위에 반투명 카드. 여기에 정보. 오. 괜찮다. 계속한다. 편집 버튼은 플로팅으로. 우하단. 아이콘은 펜슬. 색상은... #FF6B6B. 좀 강하다. #FF8E8E. 이게 낫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게 디자인이다. 내가 좋아하는 거.밤 11시는 내 시간이다. 회사 것 아니고 누구 것도 아니고. 여기서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그냥 디자인하는 사람이 된다. 그게 좋다.

Figma를 켜지 않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 디자이너의 하루

Figma를 켜지 않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 디자이너의 하루

오전 9시 30분, 첫 번째 클릭 출근했다. 맥북 열고 제일 먼저 켜는 건 슬랙도 지라도 아니다. Figma다. 로그인 화면도 없다. 어제 퇴근할 때 그냥 켜놓고 나왔으니까. 어제 작업하던 파일이 그대로 떠 있다. 밤새 개발자가 댓글을 3개 달아놨다. "이 간격 8px 맞나요?" "이 컴포넌트 인스턴스 수정했는데 확인 부탁드려요." "다크모드 컬러는요?" 아직 커피도 안 마셨는데. 답글 단다. 8px 맞다고. 인스턴스는 메인 컴포넌트 수정하면 자동 반영된다고. 다크모드는 토큰 시트 확인하라고. 9시 35분. Figma 켠 지 5분 만에 일이 3개 처리됐다. 이게 중독인가 효율인가. 잘 모르겠다.10시, 기획자의 슬랙 메시지 "디자님 Figma 보고 계세요? 빨간 점 떴어요!" 보고 있다. 항상 보고 있다. Figma는 내 두 번째 모니터에 항상 켜져 있다. 왼쪽엔 슬랙, 오른쪽엔 Figma. 이게 내 업무 환경의 전부다. 기획자가 내 파일에 들어와 있다. 커서가 움직인다. 실시간이다. 텍스트를 선택한다. 댓글을 단다. "여기 문구 '시작하기'에서 '지금 시작'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나도 같은 화면을 보고 있다. 기획자 커서 옆에 내 커서를 가져다 댄다. 댓글로 답한다. "버튼 폭이 좁아지는데 괜찮을까요?" 기획자가 바로 답한다. "아 그러네요. 그럼 원안대로요." 3분 만에 끝났다. 회의실 예약도 안 했다. 자리 이동도 안 했다. 그냥 Figma 켜놓고 댓글 3개 주고받았다. 이게 바로 실시간 협업이다. 편하다. 너무 편하다. 그래서 문제다.정오, 점심시간에도 Figma 점심 먹으러 간다. 근처 샐러드 가게. 줄 서서 기다린다. 폰 꺼낸다. Figma 앱 켠다. 아침에 작업하던 버튼 컴포넌트가 신경 쓰인다. 패딩이 12px인데 16px이 나을 것 같다. 폰으로 수정한다. 되긴 된다. 근데 불편하다. 역시 Figma는 데스크탑이다. 샐러드 받아서 회사 돌아온다. 자리 앉자마자 맥북 연다. Figma 확인한다. 아까 폰으로 수정한 게 반영돼 있다. 신기하다. 매번 해도 신기하다. 점심 먹으면서도 Figma 생각했다. 이게 정상인가. 개발자 친구한테 물어봤다. "너도 VS Code 항상 켜놓아?" 그랬더니 "당연하지" 한다. 개발자는 코드 에디터고, 디자이너는 Figma다. 우리 세대의 운명이다. 근데 다르다. VS Code는 혼자 쓴다. Figma는 다 같이 쓴다. 내가 작업하는 걸 다른 사람이 실시간으로 본다. 커서가 움직이는 걸 본다. 댓글을 단다. 이게 압박이다.오후 2시, 핸드오프 미팅 회의실. 개발자 2명. 나. 노트북 3대. 전부 Figma 켜놨다. "일단 제가 화면 공유할게요." 내가 말한다. Figma Dev Mode 켠다. 개발자들이 좋아하는 모드다. 컴포넌트 속성이 전부 보인다. CSS 코드도 나온다. 복사 붙여넣기 하면 된다. "이 버튼이요, padding은 16px이고요, border-radius는 8px이에요. 컬러는 토큰 시트 확인하시면 되고..." 설명한다. 개발자가 끄덕인다. "네, 이건 되는데요..." 또 나온다. "되는데." "이 그라데이션이요, 이거 구현 좀 힘들 것 같은데." 개발자가 말한다. 예상했다. 그라데이션은 항상 문제다. "CSS로 안 돼요?" 물어본다. "되긴 하는데 각도 조절이..." 개발자가 말을 흐린다. 타협한다. 그라데이션 각도 바꾼다. 실시간으로 바꾼다. 회의실에서. Figma 켜놓고. 개발자들이 내 화면 보면서. "이 정도면요?" "오 이건 되겠네요." 20분 만에 해결. 이게 Figma의 힘이다. 예전에는 이랬다. 디자인 완성. 제플린에 업로드. 개발자한테 링크 전달. 개발자가 확인. 질문 생김. 슬랙으로 물어봄. 답변. 또 질문. 회의 잡음. 회의실 이동. 설명. 수정 필요. 다시 작업. 다시 업로드. 반복. 지금은 이렇다. Figma 켜놓고 같이 본다. 실시간 수정. 바로 확인. 끝. 시간이 3분의 1로 줄었다. 근데 피로도는 2배가 됐다. 왜일까. 오후 4시, 디자인 시스템 정리 오늘은 디자인 시스템 정리하는 날이다. 한 달에 한 번 잡아놓은 일정. 안 하면 컴포넌트가 무한 증식한다. Figma 파일 연다. "Design System v3.2". 왼쪽 레이어 패널 본다. 컴포넌트 347개. 지난달보다 47개 늘었다. 이상하다. 새로 만든 건 10개도 안 되는데. 스크롤 내린다. 발견한다. "Button/Primary/Copy", "Button/Primary/Copy 2", "Button/Primary/Final", "Button/Primary/Final-Final". 범인을 찾았다. 나다. 급하게 작업하다 보면 메인 컴포넌트 수정이 무섭다. 다른 곳에 영향 갈까 봐. 그래서 복사한다. 수정한다. 끝나면 지워야 하는데 까먹는다. 그렇게 쌓인다. 2시간 동안 정리한다. 중복 컴포넌트 삭제. 이름 규칙 정리. 토큰 업데이트. 문서화. 347개가 289개가 됐다. 뿌듯하다. 근데 이미 안다. 다음 달에 또 늘어날 거다. 이게 디자인 시스템의 숙명이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계속 유지보수해야 한다. 그게 일이다. Figma가 없었으면 이것도 못 했다. 스케치 시절엔 파일이 몇십 개로 쪼개져 있었다. 컴포넌트 수정하면 파일마다 열어서 업데이트했다. 지금은 클라우드다. 한 번 수정하면 어디든 반영된다. 고맙다, Figma. 근데 내 인생을 돌려줘. 오후 6시, 실시간 피드백의 공포 대표님이 Figma 들어왔다. 알람 뜬다. "박대표님이 파일을 보고 있습니다." 심장 뛴다. 대표님은 디자인을 잘 모른다. 그래서 더 무섭다. 뭘 볼까. 뭐라고 할까. 커서가 움직인다. 메인 페이지로 간다. 어제 작업한 신규 기능 화면이다. 아직 완성 아니다. 70%쯤? 댓글 단다. "디자님, 이거 언제 완성돼요?" 답한다. "내일 오전까지 완성 예정입니다." 대표님 커서가 또 움직인다. 버튼을 가리킨다. 댓글 단다. "이 파란색, 좀 더 밝게 할 수 있을까요?" 속으로 생각한다. '브랜드 컬러입니다. 토큰에 정의돼 있습니다. 함부로 못 바꿉니다.' 실제로 쓴다. "브랜드 컬러라 다른 곳에도 영향이 있는데 확인 후 답변드릴게요." 대표님이 나갔다. 한숨 쉰다. 이게 실시간 협업의 양날의 검이다. 빠르다. 너무 빠르다. 피드백이 즉각 온다. 좋다. 근데 너무 즉각 온다. 작업 중인 걸 본다. 미완성을 본다. 퇴근 후에도 볼 수 있다. 주말에도 볼 수 있다. 예전엔 디자인 파일은 내 컴퓨터에 있었다. 보여주고 싶을 때 보여줬다. 지금은 클라우드에 있다. 링크만 있으면 누구나 본다. 언제나 본다. 실시간으로 본다. 자유인가 감시인가. 모르겠다. 저녁 7시, 퇴근 전 마지막 푸시 퇴근 시간이다. 근데 못 간다. 오늘 작업 푸시해야 한다. 마지막 체크한다. 오타 없나. 정렬 맞나. 간격 일관적인가. 컴포넌트 연결 잘 됐나. Auto Layout 제대로 설정했나. 다크모드 확인했나. 체크리스트가 길다. Figma는 자유도가 높다. 그만큼 실수도 많다. 한 픽셀 어긋나도 개발자가 알아챈다. "디자인에는 24px인데 개발하니까 23px인데요?" 그러면 멘붕이다. 30분 더 확인한다. 완벽하다. 댓글 단다. "@개발팀 작업 완료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멘션 보낸다. 개발자 3명한테 알람 간다. 1분 후. 개발자가 들어왔다. 벌써. 커서가 움직인다. 확인한다. 댓글 단다. "확인했습니다. 내일 작업 시작할게요." 빠르다. 모든 게 빠르다. Figma는 모든 걸 빠르게 만든다. 협업도. 피드백도. 수정도. 번아웃도. 맥북 닫는다. Figma는 안 닫는다. 어차피 집 가서 또 켤 거다. 밤 11시, 침대에서 Figma 집이다. 씻었다. 침대 누웠다. 폰 꺼냈다. Figma 앱 켰다. 또 켰다. 낮에 작업한 거 다시 본다. 마음에 안 든다. 버튼 위치가 이상하다. 2px 내린다. 폰으로. 침대에서. 밤 11시에. 남자친구가 메시지 보냈다. "아직도 일해?" 답한다. "아니, 그냥 확인만." 거짓말이다. 수정하고 있다. Pinterest 앱으로 넘어간다. UI 디자인 레퍼런스 본다. 좋은 거 있다. 저장한다. Figma로 다시 넘어간다. 방금 본 레퍼런스 적용해 본다. 괜찮다. 근데 내일 보면 별로일 거다. 항상 그렇다. Dribbble 앱 연다. 인기 샷 본다. 다들 잘한다. 부럽다. 나도 포트폴리오 올려야 하는데. 시간 없다. Figma 켜놓고 실무만 하다가 하루 간다. 알람 설정한다. 내일 아침 7시 반. 9시 반 출근인데 왜 7시 반이냐. Figma 확인 시간 필요하다. 출근 전에 댓글 확인하고 답 달아야 한다. 그래야 오전에 일이 막히지 않는다. 폰 내려놓는다. Figma 앱은 안 닫는다. 백그라운드에 켜놓는다. 알람 오면 바로 확인해야 한다. 중독이다. 안다. 근데 끊을 수 없다. Figma 없이 일할 수 없다. Figma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자려고 눈 감는다. 머릿속에 Figma 인터페이스가 보인다. 레이어 패널. 프로퍼티 패널. 컴포넌트. 오토 레이아웃. 잠이 안 온다. 통계를 보는 날 월말이다. Figma 어드민 페널 들어갔다. 팀 사용량 확인한다. 이번 달 내 Figma 사용 시간. 217시간. 하루 평균 10.3시간. 근무 시간이 9시간인데 10시간을 썼다. 집에서도 켰다는 얘기다. 알고 있었다. 팀원들 확인한다. 막내는 140시간. 중간은 165시간. 나만 200시간 넘었다. 리드니까. 당연하다. 위로한다. 파일 수정 횟수. 2,847회. 하루 평균 135회. 10분에 한 번씩 수정했다는 얘기다. 놀랍지 않다. 픽셀 하나 옮기는 것도 수정이다. 컬러 바꾸는 것도 수정이다. 텍스트 고치는 것도 수정이다. 댓글 단 횟수. 423개. 받은 댓글. 687개. 더 많이 받았다. 피드백을 더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디자이너의 숙명이다. 협업자 수. 17명. 작은 회사인데 17명이 내 Figma 파일에 들어왔다. 기획자 3명. 개발자 8명. 마케터 2명. 대표 1명. 나머지는 누구지. 확인한다. 인턴이다. 구경 왔나 보다. 통계를 보면 깨닫는다. Figma는 도구가 아니다. 생태계다. 내가 만든 디자인 파일 하나에 17명이 연결돼 있다. 실시간으로. 계속. 무섭다. 근데 이게 현실이다. 대안은 없다 가끔 생각한다. Figma 말고 다른 거 쓸까. Sketch? 옛날이다. 클라우드 안 된다. 맥에서만 된다. 협업 안 된다. Adobe XD? 망했다. Adobe가 업데이트 중단했다. 다들 Figma로 넘어갔다. Framer? 프로토타이핑은 좋다. 근데 디자인 시스템은 Figma만 못하다. 결론. 대안 없다. Figma가 업계 표준이다. 이력서에 "Figma 능숙" 안 쓰면 서류 떨어진다. 면접 가면 "Figma 쓸 줄 아세요?" 묻는다. 당연하다고 답한다. 안 쓰면 일 못 한다. 독점이다. 나쁜 독점은 아니다. Figma는 좋은 툴이다. 계속 업데이트된다. 사용자 말 듣는다. 기능 추가한다. 버그 고친다. 그래서 다들 쓴다. 근데 선택권은 없다. 안 써도 되는 게 아니다. 써야만 한다. 디자이너로 일하려면. Figma를 켜야 한다. 하루 10시간. 매일. 이게 2024년 디자이너의 현실이다. 그래도 불평만 한 것 같다. 아니다. Figma 좋아한다. 진짜다. 없으면 못 산다. 아니, 일 못 한다. 협업이 이렇게 쉬웠던 적 없다. 개발자한테 파일 전달하는 게 링크 하나면 된다. 수정사항 있으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버전 관리 자동이다. 댓글로 소통된다. 미팅 시간 줄었다. 디자인 시스템 만들기 쉬워졌다. 컴포넌트 한 번 만들면 어디든 쓴다. 수정하면 전부 업데이트된다. 토큰 시스템 있다. 다크모드 자동이다. 반응형 레이아웃 쉽다. 프로토타이핑 빠르다. 클릭 몇 번이면 인터랙션 만든다. 개발자한테 설명 안 해도 된다. 직접 눌러보면 안다. "아 이렇게 되는 거구나." 플러그인 생태계 좋다. 필요한 기능 대부분 있다. AI 툴 연동된다. 아이콘 라이브러리 많다. 이미지 생성 도구 있다. 접근성 체크 툴 있다. 코드 변환 도구 있다. 무료다. 개인은 무료다. 팀 플랜도 한 달 15달러. 어도비보다 싸다. 학생은 완전 무료다. 진입장벽 낮다. Figma가 디자인 민주화했다.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유튜브에 튜토리얼 넘친다. 커뮤니티 활발하다. 질문하면 답 온다. 템플릿 많다. 배우기 쉽다. 좋은 도구다. 정말로. 근데 너무 좋아서 문제다. 안 켜면 불안하다. 그게 문제다. 내일도 켤 거다 내일 아침 9시 반. 출근한다. 맥북 연다. Figma 켠다. 어제 작업 확인한다. 댓글 확인한다. 답글 단다. 새 작업 시작한다. 기획자랑 협업한다. 개발자랑 핸드오프한다. 대표님 피드백 받는다. 수정한다. 또 수정한다. 저녁 7시. 퇴근한다. Figma는 안 닫는다. 집 가서 또 켤 거다. 침대에서 또 켤 거다. 주말에도 켤 거다. 이게 중독인가. 맞다. 중독이다. 끊을 수 있나. 없다. 끊을 필요 있나. 모르겠다. Figma는 내 일이다. 내 일상이다. 내 정체성이다. "Figma 없이 어떻게 일해요?" 누가 물으면 답 못 한다. 상상이 안 된다. 2024년 디자이너의 삶. Figma 켜고 시작한다. Figma 보고 끝난다. 그 사이에 디자인이 있다. 협업이 있다. 피드백이 있다. 수정이 있다. 반복이 있다. 피곤하다. 근데 이게 내 일이다. 좋아하는 일이다. 계속할 거다. 내일도 Figma 켤 거다. 모레도. 글피도. 계속.결국 우리는 도구를 선택한 게 아니라, 도구가 우리를 선택했다.

대표님이 말씀하신 '애플처럼 해주세요'를 들었을 때의 심정

대표님이 말씀하신 '애플처럼 해주세요'를 들었을 때의 심정

그 말이 나왔다 회의실에 들어갔다. 대표님, 기획자, 개발팀장, 나. "이번 리뉴얼인데요, 우리 앱을 좀 더... 애플처럼 만들어주세요." 숟가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 손에서."네... 애플처럼요." 대답은 했다. 근데 머릿속은 벌써 난리다. 애플의 뭘 말하는 거지? 미니멀? 여백? 타이포? 애니메이션? 아니면 그냥 '깔끔한 거'? "그죠, 깔끔하고 세련되게요. 애플 보면 정말 심플하잖아요." 나왔다. '심플'. 디자이너가 제일 듣기 싫은 단어 3위 안에 드는 그 단어. 심플의 무게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왔다. 피그마 켰다. 심플. 깔끔. 애플처럼. 이 세 단어를 화면에 구현하려면 뭐가 필요한가.타이포 시스템: 웨이트 4단계, 사이즈 8단계, 라인하이트 조정 컬러 시스템: 메인 3색, 서브 5색, 그레이스케일 10단계, 각각 다크모드 대응 스페이싱: 4px 기준, 8px, 12px, 16px, 24px, 32px... 일관성 아이콘: 240개 전부 2px 스트로크로 통일 애니메이션: 이징 커브, 타이밍, 딜레이 다 계산애플은 이걸 100명이 1년 동안 만든다. 우리는 나 혼자 2주. 심플해 보이는 건 복잡함을 숨긴 결과다. 복잡함을 정리하는 시간은 안 숨겨진다. 벤치마킹과 모방의 차이 점심 먹으면서 생각했다. 애플을 레퍼런스 삼는 건 좋다. 당연히 좋다.정보 위계가 명확하다 여백 사용이 과감하다 인터랙션이 의미 있다 일관성이 미친 수준이다근데 '애플처럼'은 다르다. 애플의 결과물을 보고 '저렇게'를 원하는 거다. 과정은 관심 없다. 벤치마킹: "애플은 왜 이 버튼을 여기 배치했을까?" 모방: "이 버튼 저기 있으니까 우리도 저기 놔." 벤치마킹: "저 여백은 어떤 호흡을 만드나?" 모방: "여백 많이 넣으면 되겠네." 벤치마킹은 원리를 배운다. 모방은 껍데기를 따른다.우리는 애플이 아니다 오후 3시. 개발팀장한테 슬랙 왔다. "디자인 언제 나와요? 다음 주 스프린트 들어가는데." 한숨 쉬었다. 애플이 할 수 있는 것:버튼 하나에 10가지 버전 테스트 A/B 테스트 위한 인프라 전담 모션 디자이너 3명 유저 리서치에 한 달 "이거 아닌 것 같은데" 하면 갈아엎기우리가 할 수 있는 것:버튼 2가지 버전 만들어서 사내 투표 구글 애널리틱스 숫자 보면서 추측 모션은 개발자가 CSS로 유저 리서치는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기 "이거 아닌 것 같은데" 하면 "일단 내보내고 수정해요"맥락이 다르다. 리소스가 다르다. 목표가 다르다. 애플은 아이폰을 판다. 우리는 SaaS 구독을 판다. 애플 유저는 프리미엄을 기대한다. 우리 유저는 가성비를 본다. 애플은 통제된 생태계다. 우리는 웹뷰 반응형이다. 4시에 다시 회의 "시안 나온 거 좀 보여주세요." 피그마 화면 공유했다. 대표님이 스크롤을 내렸다. 5초 침묵. "음... 좋긴 한데, 뭔가 좀 밋밋한 것 같지 않아요?" 왔다. 심플하게 하래서 심플하게 했더니 밋밋하다. "애플은 심플한데 임팩트가 있잖아요. 우리 거는 좀..." 참았다. 3초 참았다. "애플의 임팩트는 여백에서 나옵니다. 여백을 살리려면 정보량을 줄여야 하는데, 지금 이 화면에 들어가야 하는 정보가 23개예요. 애플은 3개 넣습니다." "아, 그래도 다 중요한 정보라서..." "그럼 임팩트는 어렵습니다." 5초 침묵. "일단 이대로 가고, 나중에 조정하죠." 회의 끝. 애플처럼의 진짜 의미 퇴근길 지하철. 생각해봤다. 대표님이 나쁜 건 아니다. '애플처럼'은 사실 이런 뜻이다: "우리 서비스가 고급스러워 보였으면 좋겠어요." "유저가 쓰기 편했으면 좋겠어요." "경쟁사보다 나아 보였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걸 말로 설명 못 하니까 '애플'이라는 단어로 압축한 거다. 문제는 애플이 너무 크다는 것. 애플은 디자인이 아니라 철학이다. 시스템이다. 문화다. "Think Different"를 외치는 회사가 만든 결과물을 "저거 따라해"로 접근하면 모순이다. 그래서 뭘 하나 집 와서 맥주 땄다. 현실은 이렇다:'애플처럼' 요청은 계속 들어온다 거기 담긴 기대는 정당하다 근데 조건은 안 맞다 그래도 해야 한다그럼 어떻게?번역한다 "애플처럼 = 정보 위계 명확 + 여백 활용 + 일관성"으로 풀어서 설명한다.우선순위를 정한다 전부 애플처럼 못 한다. 핵심 3개 화면만 집중한다.단계를 나눈다 1차: 구조 정리, 2차: 디테일 개선, 3차: 폴리싱. 한 번에 안 된다.레퍼런스를 구체화한다 "애플 앱스토어 상세페이지에서 '스크린샷 캐러셀' 인터랙션"처럼 콕 집어서 이야기한다.기대치를 조정한다 "애플 수준은 어렵지만, 이 정도 개선은 가능합니다" 대안을 제시한다.금요일 오후 일주일 지났다. 수정 7번 거쳤다. 최종 시안 발표했다. "오, 훨씬 나아졌네요. 깔끔하고 좋아요." 대표님이 웃었다. 애플처럼은 아니다. 근데 우리답긴 하다. 정보 위계는 잡혔다. 여백은 전보다 과감하다. 일관성도 생겼다. 완벽하진 않다. 그래도 2주 전보단 훨씬 낫다. 퇴근하면서 아이폰 홈 화면 봤다. 애플 앱들 보다가 우리 앱 눌렀다. 나쁘지 않다. 진짜로. '애플처럼'은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다. 거기서 배운 걸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게 내 일이다. 대표님은 계속 '애플처럼'이라고 말할 거다. 나는 계속 그걸 번역할 거다. 그게 디자이너다.내일 월요일이면 또 '구글처럼'이 나올지도 모른다.